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17일 살인 및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인이 양모 장 아무개 씨와 아동학대 유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 아무개 씨의 2차 공판기일을 열고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17일 살인 및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 장 아무개 씨와 아동학대 유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 아무개 씨의 2차 공판기일을 열고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했다.
#어린이집 원장 “양모, 정인이 상처 묻자 예민 반응”
이날 증인으로 나선 어린이집 원장 A 씨는 “(정인 양이) 2020년 3월 2일 어린이집에 입학했는데 쾌활하고 예쁘고 항상 밝은 아이였다”며 “또래 연령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는 이어 “(그러나) 정인이는 일 주일 반이나 2주에 한 번 정도로 상처가 발견됐다”며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본 지 10년이 넘었는데 보통 아이들은 1년에 한두 번 정도 상처가 난다”고 증언했다. A 씨는 상처 원인은 묻기 위해 장 씨에게 연락했지만 “(장 씨는) 대부분 ‘부딪히고 떨어져서 상처가 났다’고 했고 때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5월 25일 얼굴 목 귀 팔 등에서 발견된 상처가 다리에서도 발견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장 씨가) 다리 상처에 대해 ‘베이비마사지를 해주다가 멍이 든 것 같다’고 했는데 마사지를 하다가 이렇게 심한 멍이 들 수 있겠냐”며 “다른 아이들과는 너무 다른 상처여서 이건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장 씨는 정인 양 상처에 대한 어린이집 측 추궁이 이어지자 태도가 돌변했다. A 씨는 “정인이 언니가 2019년 3월에 입소했는데 그 당시 장 씨는 발랄하고 쾌활했고 어린이집 운영에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인 양에게 자주 발견되는 상처에 대해 물었을 때 “예민하게 반응했다”며 “제가 물어봐도, 담임교사가 물어봐도 답을 피했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정인 양을 병원으로 데려갔던 지난해 9월 23일과 정인 양이 마지막으로 등원했던 10월 12일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증언했다. 그는 “정인이는 되게 말랐었고 배만 볼록 나와 있었다”며 “머리에는 빨갛게 멍이 든 상처도 있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검찰이 ‘당시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온다고 해서 기다렸다. 저녁쯤에 정인이 아버지가 오면 병원에 꼭 데려가라고 말하려고 했다”며 “그날이 마지막이 됐다는 게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을 흘렸다.
#입양된 지 9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이
정인 양은 지난해 1월 장 씨와 안 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이후 정인 양 얼굴과 온 몸에는 멍과 큰 상처들이 자주 발견됐다. 지난해 5월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장 씨와 안 씨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학대 물증을 찾지 못했다며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 않았으며 분리 조치도 없었다. 정인 양은 결국 지난해 10월 13일 사망했다.
두 달 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를 공개했다. 정인 양의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발견됐다.
이후 양모 장 씨는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양부 안 씨는 아동학대 등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검찰은 1회 공판에서 장 씨에 대해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적시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