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선 엉덩이골이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은 배우 강한나가 화제를 양산하며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등극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당연히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스티브 잡스였다. 전세계적인 흐름이었다. 그런데 하루 뒤인 10월 6일 저녁 새로운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바로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고 오인혜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가한 오인혜는 당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였지만 상당히 파격적인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등장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이후 유사한 일이 빈번해졌다. 각종 영화제 레드카펫에 파격적인 드레스로 화제를 양산하는 여배우들이 등장했고 그때마다 실시간 검색어가 요동쳤다. 누드톤 의상이나 가슴골, 엉덩이골이 드러나는 파격 드레스를 입은 연예인들이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파격적인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 위를 걸어가다 넘어지거나 드레스의 어깨끈이 흘러내리는 노출 사고도 있었다. 그때마다 화제를 유발한 여자 연예인의 이름은 어김없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랭크됐다.
더 나아가 자신의 SNS에 비키니 수영복이나 레깅스, 요가복, 트레이닝복 등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려 화제를 양산하는 연예인들이 급증했다. 개인 SNS에 올린 사진일 뿐이지만 실시간 검색어만 만나면 바로 엄청난 화제를 양산했다.
#노이즈마케팅 사라지나
한때는 열애설이 신인 띄우기 용도로 활용되기도 했다. 주연 배우의 소속사에서 키우는 신인을 같은 드라마에 출연시키는 소위 ‘끼워팔기’가 성행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끼워팔기’는 최적의 신인 띄우기 전략이었지만 언론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대중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이 즈음 몇몇 톱스타급 남자 연예인과 신인 여자 연예인의 열애설이 불거졌는데 아직까지도 그들이 당시 실제 교제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 이유는 당시 연예계에서 이들의 열애설을 신인 띄우기 전략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실제 열애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던 데다 톱스타의 소속사와 신인 소속사의 관계, 두 회사 대표의 인연 등을 바탕으로 그런 의혹이 불거졌다. 이런 열애설이 터지면 바로 신인 연예인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확실한 홍보 효과를 누리곤 했다.
사실 신인이 연예계 활동이 아닌 열애설로 먼저 유명해지는 것은 마이너스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이름만 알려진다고 전부는 아니기 때문인데, 반대로 이름조차 알리기 쉽지 않은 게 신인 연예인의 현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당시 연예계에선 이런 열애설 역시 ‘노이즈 마케팅’의 하나로 분류했었다.
이 노이즈 마케팅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바로 실시간 검색어다. ‘노이즈’를 통해서라도 실시간 검색어에만 오르면 하루아침에 신인의 이름과 존재감이 대중에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열애설 등을 활용한 노이즈 마케팅은 최근 거의 다 사라졌다. ‘노이즈’로 인한 악영향이 더 크다는 게 수차례 입증됐기 때문이다.
연예기획사들 사이 한때는 신인을 띄우기 위한 전략적 열애설 마케팅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래픽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일요신문DB
연예관계자들은 이젠 노출이나 노이즈 마케팅 등을 활용하지 않는 추세라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져도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더욱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PPL이다. 방송 프로그램에 간접 광고 형태로 들어가는 PPL 역시 실시간 검색어와의 연계가 매우 중요했다.
가장 효과적인 PPL은 특정 드라마에서 제품이 노출된 뒤 바로 해당 제품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련 제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폭되며 유명세를 얻게 된다. 자연스레 관련 기사도 쏟아진다.
물론 앞으로도 여전히 PPL은 매우 효과적인 광고 수단이 되겠지만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진다면 폭발성은 반감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을 제작하는 외주제작 시장이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폐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PPL 시장이 위축되거나 PPL 가격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과거에 비해 국내 PPL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흐름이다. 대신 최근에는 중국 기업 PPL이 한국 드라마에 많아지는 추세다(관련기사 편의점서 훠궈가 왜 나와? 중국 기업들 K-드라마 활용법).
한 드라마 외주업체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PPL보다는 유튜브 뒷광고 등으로 흐름이 달라지고 있었는데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지면서 이런 변화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이제 마케팅과 광고가 모두 포털사이트에서 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 기반으로 급속도로 옮겨 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