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용초등학교 송경애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에서 ‘마을 교육 공동체’라는 화두를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는 화제의 인물이 있다. 광주 신용초등학교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 송경애 교장, 학교와 마을을 잇는 이야기라면 자다가도 깨어나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전문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지역 공동체 운동의 혁신가다.
“삶과 배움의 조화, 마을이 학교입니다” 평소 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송 교장은 최근 신간 ‘마을발견’을 출간해 국내 출판가에 잔잔한 감동도 선사하고 있다. 저자인 송 교장은 올해도 신용초등학교에서 마을과 학교의 ‘징검다리’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에 송 교장은 “어쩌다∼교장”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겸양의 미덕이었지만 자격이 차고 넘치는 데도 말이다. 그동안 광주빛고을혁신학교 추진위원(2014년~2015년), 광주마을교육공동체 추진위원(2015년부터),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2018년), 광주마을교육공동체포럼 상임대표(2019년부터)로 살아오는 것을 보면 손색이 없다.
지난 15일에는 김철호 광주동부교육장으로부터 ‘자치분권 기대해 챌린지’ 지목을 받아 자치분권 2.0시대 개막을 응원하는데 동참했다. ‘자치분권 기대해 챌린지’는 지방자치 주체인 주민중심 자치분권 실현에 대한 소망의 메시지를 공유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시작한 캠페인이다.
자치분권 2.0은 그동안 중앙과 지자체 중심의 1.0 지방자치 시대에서 벗어나 주민 중심의 시대를 개막을 의미한다. 김철호 광주 동부교육장은 “주민이 주역이 되는 지방자치,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자치를 위해 더욱 노력하는 동부교육이 되겠다”며 ‘마을공동체’인 송 교장을 지목했다.
‘스스로 마을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송 교장은 ‘국화 옆에 선 누님’ 같은 단아하고 고운 외모와는 달리 ‘야생의 느낌’을 사랑한다. 있는 그대로의 산과 들, 풀과 나무, 흙과 물을 만날 때 행복하단다.
송 교장은 야생의 느낌이 좋은 이유에 대해 “평소에도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찬을 좋아합니다. 원재료의 본성을 음미하는 시간을 아낍니다”며 “서른 해 몸담아 온 학교라는 복잡계에도 야생의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솔한 꿈과 이야기가 넘실대기를 바라며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나름 애쓰는 중입니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어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열아홉 해 동안 자연은 가장 큰 스승이었다. 어른이 된 후에도 고뇌가 깊어질 때마다 고향 호숫가에 앉아 길을 묻곤 했다”며 “우리 아이들이 만나는 일상도, 그곳이 학교든 마을이든 어디든 자연을 닮았으면 한다.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말과 몸짓이 절로 일어나는 일상, 공존 공생의 철학을 깨닫는 삶이면 좋겠다. 그럴 수 있도록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아주 작은 몸짓을 멈추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새로이 출간된 자신의 책에서 송 교장은 “잠깐 머물다 가는 이들이 오래된 생명을 함부로 베거나 허무는 것은 부당하다. 적어도 백 살이 넘은 나무라면 나무와 긴 시간을 공유한 마을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을발견’은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는 이가 발견한 마을의 이야기다. 마을교육공동체를 향한 꿈과 탄식, 도전과 절망, 그 속에서 도란도란 나눈 재미난 일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송 교장은 마을교육공동체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안에서 많은 마을들을 만났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 마을사람들과 함께 모내기를 하고, 마을축제도 함께하며 학교에는 마을의, 마을에는 학교의 이야기와 고민을 전하기도 했다.
신뢰와 관계, 정체성, 공간과 성장, 사람과 연결 속에서 학교공동체와 마을공동체가 아닌 공동체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그녀는 서른 해 가까이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그녀의 기억 속에는 ‘교사는 수업으로 말한다’ 라고 여긴 시절도 있었고, 삶으로 가르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어린 딸아이를 교무실 소파에 재워놓고 새벽이 밝아오도록 연구와 자료 제작에 몰두하던 날들은 좋은 선생으로 아이들과 마주하고 싶은 갈망의 표출이었다.
그녀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스무 해가 다 되어서야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고백한다. 한 아이를 둘러싼 세계가 온전치 못하고, 아이들의 삶이 학교에만 있지 않았고 생각한 그녀는 그들의 온 삶이 행복하길 바란다면 좋은 학교 너머 더 좋은 사회를 상상하는 것을 고민했다.
그래서 그녀는 학교 현장을 떠나 일 년을 보낸 적이 있다. 바로 광주 마을교육공동체 정책을 처음 실행한 2016년이었다. 지금 여기, 아이들의 일상이 조금 더 따듯하고 사람 사는 맛이 나도록 군불을 지피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아슬아슬하게 치닫는 경쟁의 도가니에서도 우직하게 사람의 길을 보여주는 마을님들과 어깨동무하고 싶었다. 무던히도 쏘다니며 많은 마을을 만나기 위해 마을교육공동체를 고민하는 마흔세 개 마을을 찾았다.
계절이 변하고 해가 바뀔 때까지 일주일에 두세 날은 어김없이 마을로 가서 돌아다녔다. 별이 초롱한밤 마을 모임에 초대한 이도 있었고, 1박 2일 캠프에 불러준 마을도 있었다.
모내기를 같이 했고 마을축제를 함께 즐겼다. 학교와 마을의 중재 역할을 요청한 이도 있었다. 서울 마포의 성미산마을과 삼각산 재미난마을에서 배웠다.
일본 아만토 마을과 덴마크 스반홀름 공동체도 둘러보았다. 깨어 있는 거의 모든 순간 나의 몸과 마음은 마을에 머물렀다. 이 책은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는 이가 발견한 마을 이야기이다. 예닐곱 해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지속하며 광주만의 ‘결’을 발견했다.
뜨거운 갈망과 통렬한 비판의식을 품고서도 운동하는 이들의 표정은 마을을 지키는 나무들처럼 다정했다. 말과 품이 넉넉했다. 그녀는 이 이야기를 기록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슬프고도 강인한 아름다움의 실체와 그것이 빚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내 문장으로 옮기고 싶었다.
섞여본 적 없었던 이질적 그룹을 만나 쓰러지고 멍들며 익어가는 고군분투를, 마을교육공동체를 향한 꿈과 탄식을, 도전과 절망을, 그러면서도 도란도란 재미난 일상을 소상히 알리고 싶었다.
읽기는 곧잘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인간이 낑낑대면서도 골방에 들어앉아 책을 쓴 까닭이다. 송 교장은 현장과 실천을 귀하게 여긴다. 교실이 학교에선 중요한 만남의 현장이듯, 지역에선 마을이 그렇다.
지난 2016년부터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소리를 담기 위해 마을교육공동체를 주도하는 마을을 찾았고, 마을님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어떤 기록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흘렀고 또 어떤 기록은 마을님의 입장이 강하게 담기기도 했다. 책을 쓰며 혹여 의도하지 않은 왜곡이나 과장 혹은 생략으로 현장의 귀한 활동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다는 것이 그녀다.
이에 대해 송 교장은 “마을 발견은 광주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논리로 구축하기보다, 생생한 삶과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펼쳐 보이는 방식을 택했다”며 “어떤 정책, 어떤 운동도 삶 속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작동 원리, 즉 현장의 희로애락을 살피지 않고서는 깊게 뿌리내리기 어려운 만큼 일상에서 만들어가는 마을님들의 이야기, ‘지금 여기’의 목소리에 온 힘을 다해 귀 기울일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송 교장은 “이 책을 통해,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동료들이 두려움 없이 세상과 어깨동무하기를 바란다”며 “마을을 따듯하게 품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고 환하게 웃었다.
사람들과 공존하고 공생하는 삶을 꾸려간다는 건 언제나 긴장과 노동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 교장이 이 일을 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항상 꿈꾸는 마을교육공동체에는 경건한 삶과 끝없는 배움 그리고 신성한 노동이 있기 때문이다. 송 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속력보다 방향, 이윤보다 생명, 개발보다 보존, 소유보다 공유, 경쟁보다 협력’의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희망’이 되는 ‘행복한 세상’을 그려봤다.
정종인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