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가 4월 재보궐 선거 직후 사퇴가 유력한 가운데 누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 낙점될지 관심이 쏠린다. 2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 참석한 정세균 총리. 사진=박은숙 기자
당초 정세균 총리는 ‘취임 1주년(1월 14일)’ 또는 2월을 퇴임 시기 데드라인으로 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백신 확보 등으로 그 시기를 늦췄다. 국무총리가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도 맡고 있는 만큼 당장 교체가 어렵다는 불가론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줄곧 “코로나19와 싸우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그 다음에 뭘 할지는 지금 말할 상황이 아니라”고 말을 아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후보를 선거일 180일 전까지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4~5월에는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4월 총리 교체설에 힘이 실린다. 3월에 사임해 정치권이 ‘청문회 국면’에 들어갈 경우 자칫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세균 총리 후임 하마평은 아직 조용하다. 차기 총리에는 ‘관리형’이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총리 후보군으로 분류된 바 있는 민주당 중진 정치인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을 함께할 총리로 누구를 원하는지 의중을 알 수 없다. 다만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 대한민국이 당면한 과제는 코로나19와 민생경제 문제다. 또 이번에 임명되는 총리는 차기 대선에 나설 수 없다. ‘개혁형’ 총리를 내세워 차기 지도자로 키운다는 생각보다는, 정치권도 잘 알고 각 부처 업무를 조율할 수 있는 ‘관리형’ 총리를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우선, 문재인 정부 첫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전 의원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초대 국무총리 이낙연 당대표와 후임 정세균 총리가 모두 호남 출신이었기에 TK(대구·경북) 출신 김부겸 전 의원 낙점에 설득력을 더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부겸 전 의원이 입각에 동의를 했으며, 이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는 말까지 나온다.
변수는 김부겸 전 의원의 대권 도전이다. 앞서 민주당 중진은 “김부겸 전 의원은 민주당의 TK 지역을 대표하는 잠룡으로 꼽힌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양강’을 흔들 ‘제3후보론’ 필요성이 높아지면 김부겸 전 의원도 총리 대신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유은혜 부총리, 김현미 추미애 전 장관 등 여성 인사 총리 기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여성 각료 비율 30%’를 내건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개각을 통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잇따라 물러났다.
현재 여성 장관은 유은혜 부총리와 한정애 환경부 장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3명뿐이다.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수석급을 봐도 여성 인사는 김제남 시민사회수석과 김외숙 인사수석 둘뿐이다.
청와대는 여성 각료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개각 때마다 여성 장관 후보자를 물색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여성 총리 발탁을 통해 공약 불이행에 대한 만회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노영민 비서실장 후임으로 김현미 전 장관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추미애 전 장관이 사퇴했을 때도 일각에서는 국무총리나 비서실장 임명 가능성이 제기됐다.
민주당 한 3선 의원은 “김현미 전 장관은 부동산 대책에 대한 지적과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추미애 전 장관 역시 입각하게 되면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며 “두 사람의 능력과 자질을 떠나 국민적 여론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차기 총리로 임명하기 어려울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추미애 전 장관의 경우 총리보단 차기 대선 도전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총리 인선이 보궐선거 및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에 달려있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부산 출신이다. 서울시장 후보는 박영선 전 장관이 유리한데 경남 마산이다. 대선주자 1위 이재명 지사 역시 TK인 안동이다. 당대표는 호남 출신 송영길 의원이 현재는 가장 앞선 것으로 나온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역분배도 고려 안 할 수 없다. 만약 송영길 의원이 당대표가 되지 않으면, 호남 민심을 고려해 김부겸 전 의원이 총리 후보에서 탈락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은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후보가 이긴다는 가정 하에서 시작한다. 박영선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지 못하면 여성 총리에 다시 무게감이 실릴 수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