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 규모 7.3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인 14일 오전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시에 있는 자동차 경주장이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에 훼손돼 있다. 사진=교도/연합뉴스
“이불에 누워있는데 ‘쾅’하며 집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고 나서 정전이 돼 사위가 캄캄해졌다. 직감적으로 ‘동일본대지진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후쿠시마현 소마시에 사는 70대 여성은 지진 상황을 전하면서도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자택은 무사했지만, 이웃집 담이 무너져 내렸고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은 쩍쩍 갈라졌다.
후쿠시마현 주민들은 여전히 10년 전 악몽을 품고 살아간다. 40대 여성 미카 씨는 “기우뚱하고 집이 흔들린 순간, 큰딸(16)이 트라우마로 전혀 움직이질 못했다”고 전했다. 그녀가 “괜찮아”라고 말을 건네자 딸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미카 씨는 “제발 며칠 뒤 더 큰 지진이 없어야 할 텐데…”라며 마음을 졸인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오쿠마초도 지진 피해가 발생했다. 마을 남부의 오가와라 지구는 2019년 피난 지시가 해제돼 새로운 동사무소를 개청했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동사무소 벽에는 여러 개의 금이 간 것이 확인됐다. 마을의회 의원인 고바타 마스미 씨는 “지은 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망가지다니…”라고 한탄한다. 걱정되는 것은 원전이다. 그는 “무언가 손상되어 방사성 물질이 나오지는 않을까 몹시 무섭다”고 말했다.
2월 13일 발생한 지진은 규모 7.3의 강진으로,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에선 최대 진도 6강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진도 6강’은 사람이 바닥에 기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림이 심한 수준이다. 진앙으로부터 수백km 떨어진 도쿄에서도 수십 초간 흔들림을 느낄 만큼 강력했다. 주택 파괴, 정전, 단수 등이 잇따라 대피소로 많은 주민들이 몰렸다.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15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정부 지진조사위원회에 의하면 “이번 지진은 10년 전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이라고 한다. 열도 밑에 가라앉은 태평양 플레이트(지각판) 내부에서 발생했으며, 진원지가 55km로 비교적 깊어 쓰나미 피해가 없었다. 지진조사위원회는 “앞으로 최소 10년 정도 더 여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년 후 일어난 여진, 그것도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있을 터. 지진학적으로는 과연 보통의 일인가. 도쿄대 지진연구소 가토 나오유키 교수는 “동일본대지진처럼 본진의 규모가 크면 여진의 횟수도 많고 지속기간도 길어진다”고 설명한다. “사실 100년 이상 여진이 계속되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1891년 10월 기후현 남부를 진원으로 하는 ‘노비지진’을 들 수 있다. 이 지진은 규모 8.0으로, 기후현과 아이치현을 중심으로 사망자 7000명을 낸 일본 사상 최대급 내륙직하형 지진이었다. 올해로 재해가 발생한 지 130년이 지났다. 그러나 가토 교수에 의하면 “지금도 여진은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요미우리신문은 “동일본대지진의 여진으로 보이는 유감지진(진도 1 이상)이 지난 2월 11일까지 총 1만 4590회 발생했다”고 전했다. 9년 11개월간 월평균 123건의 여진이 계속된 셈. 신문은 “이는 일본에서 관측된 다른 지진의 여진 횟수를 크게 웃도는 것”이라며 “여진이 언제 끝날지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강진이 일어난 다음날 후쿠시마현 소마시에 설치된 지진 피난소. 사진=교도/연합뉴스
염려되는 것은 대지진 위험지역으로 꼽히는 ‘난카이트로프’와 ‘수도권직하형’ 지진에 미치는 영향이다. 대도시와 가까워 일본인들은 이 지역의 지진을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난카이트로프 지진은 100~150년 주기로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꾸준히 일어났는데, 마지막은 1854년에 발생했다. 때문에 2000년대 초반 대지진이 예측되었으나 아직 오지 않았다. 수도권직하형 지진은 진동이 좌우가 아닌 상하로 발생해 파괴력이 큰 지진이다. 만약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발생할 경우 막대한 피해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토 교수는 “이번은 태평양 플레이트의 지진으로, 우려하는 수도권직하형 및 난카이트로프 지진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면서도 “일본열도의 지진은 바다의 플레이트가 내륙 쪽의 플레이트 밑을 파고들어 열도가 밀려서 일어나는 것으로 힘의 밸런스가 변하면 언제 어디서든 큰 지진이 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가령 유라시아판이 튀면 난카이트로프 지진이, 북미판이 튀면 수도직하형 지진이 발생하는 식이다.
지진학자 시마무라 히데키 교수는 “이번 지진이 여진이 아니라 본진에서 유발된 다른 계통의 지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지진에는 이른바 ‘집’이 있어서 그 안에서 흔들림이 일어나지만, 지진을 억누르고 있던 잠금쇠가 한군데라도 풀어질 경우 새로운 거대 지진을 촉발하게 된다. 예컨대 “동일본대지진의 본진이 하나의 잠금쇠를 풀어서 그 북쪽과 남쪽도 풀리는 단계가 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북측은 아오모리부터 홋카이도에 걸쳐, 남측은 도쿄와 나고야, 난카이 해구 등에 동일본대지진과 같은 거대 지진이 올 가능성이 있다. 시마무라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의 지진학으로는 지진이 언제 일어날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당장 내일 일어날 수도 있고, 수십 년 후 일어날 수도 있다. 위험한 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을 의식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쿠시마 현지에서는 “진도 3, 4의 흔들림이 계속 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진도 6강 정도의 여진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한다. 교토신문은 “이번 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용한 핵연료를 담가두는 수조’의 물이 일부 넘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보다 강한 흔들림이 덮칠 위험을 직시해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미야기현 게센누마시 시가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교도/연합뉴스 동일본대지진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동북부) 연안에서 발생한,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M9.0)의 지진이다. 초대형 쓰나미로 이어져 1만 5000여 명의 사망자와 2500여 명의 실종자가 나왔다. 특히 지상으로 밀려든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원전의 가동이 중지되면서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1900년 이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