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박용진 의원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1월 11일부터 27일까지 현대차 전무·상무 등 임원 12인이 주식을 팔았는데, 이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 확인된 건만 3402주, 8억 3000만 원이다. 금액과 횟수가 문제가 아니라 내부자의 미공개정보 이용 자체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권에선 현대차의 주가 폭등 직후 이뤄진 회사 임원들의 주식 매도 시점이 이슈였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1월 8일 애플과 협력 논의 보도 후 급상승했는데, 한 달 뒤인 2월 8일 현대차가 “애플과 협력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공시하자 현대차그룹 5개사 시총이 하루 만에 13조 5000억 원가량 증발했다.
문제는 현대차 임원 12명이 애플과 협력설로 주가가 폭등하고 한 달 뒤 폭락하기 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시장 일각에선 이들이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자본시장법 제174조에 따르면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는 금지로, 금액·액수·횟수와 상관없이 내부자의 미공개정보 이용 자체가 위법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최근 중요 공시 전에 이뤄진 현대차 임원의 주식 매매에 대한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통상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 등 불공정거래 사안은 거래소가 일차적으로 이상 거래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위법 소지가 있는지 심리한다.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또는 금융감독원이 넘겨받아 조사하고 검찰에 통보하거나 고발하는 순서다. 이 때문에 거래소 심리 결과와 이에 따른 금융당국의 본격적인 조사 착수 여부에 시장 관심이 집중됐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선 임원들의 주식 매도 시점이 공시 직전에 몰려 있지 않고 여러 시기로 분산돼 있어 현재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왔다. 임원들의 자사 주식 거래는 흔한 일이고, 주가가 오르자 단순 차익 실현 차원에서 일부 주식을 매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이 해석에 힘을 보태면서 최근까지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지금 거래소가 모니터링 수준으로 자체 조사하는 것으로 안다”며 “문제는 거래소가 미공개 정보 이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별거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가 이것과 똑같은 얘기를 한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피가 거꾸로 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만약 거래소가 별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 금융당국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자본시장법 제426조를 보면 이런 일이 있을 때 증권선물위원회가 금감원에 조사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금융위는 물론 금감원도 적극 조사해 달라”고 덧붙였다.
박용진 의원의 진상규명 촉구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다음주 한국거래소에서 심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합당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 있던 윤석헌 금융위원장은 “거래소로부터 이첩되면 잘 살펴보겠다”며 “당연히 금융위에서 오게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