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와 고양‧김포‧파주 국회의원들이 2월 15일 일산대교에서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사진=경기도 제공
[일요신문] 일산대교 통행료는 어떻게 될까. 일산대교를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고양‧김포‧파주시장에 이어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통행료 무료화 논의에 합류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일산대교 인수까지 포함하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일산대교는 2008년 5월 개통한 민자도로다. 경기도 고양시 법곳동과 김포시 걸포동을 잇는 1.84km의 교량으로 한강을 가로지르는 27개 다리 중 유일한 유료교량이다. 개통 당시 통행료는 승용차 기준 1000원이었지만 2009년 11월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일산대교(주) 지분을 인수하고 금융 약정을 변경한 실시협약을 맺어 이후 통행료가 2차례 인상됐다. 현재 통행료는 경차 600원, 소형(승용차 등) 1200원, 중형 1800원, 대형 2400원이다.
승용차 기준 1km당 통행료는 652원으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109원,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189원 등 주요 민자 도로에 비해 3~5배 비싸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일산대교가 높은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는 불만이 고양, 김포, 파주는 물론 인천, 서울 서부권 주민들에게서도 나오는 실정이다.
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으로 추진된 일산대교는 2038년까지 30년간 일산대교(주)가 운영하게 돼 있다. 일산대교(주)가 벌어들인 수익은 단독 주주인 국민연금으로 귀속된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투자 비용 회수와 이익 창출을 해야 한다지만 자기 주머니에서 비싼 요금을 내야 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가 없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1월 18일 “일산대교 통행료 징수로 경기 서북부 주민들의 교통권이 크게 침해되고 있다. 통행료 무료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고양시는 “일산대교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교량 설치 시 투자한 비용(차임금)에 대한 이자액을 납입 받고 있다. 이 이자액만 일산대교 통행료 수입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막대한 액수”라고 지적했다.
고양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일산대교 설치 시 대여한 장기차입금에 대한 이자율을 8%, 후순위차입금을 20%로 책정해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리고 있다. 2015년 이후 기준금리가 2.0% 미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정하영 김포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최종환 파주시장이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위한 공동성명서를 3일 발표했다. 사진=고양시 제공
이재준 시장이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에 불을 댕기자 정하영 김포시장과 최종환 파주시장이 즉각 논의에 합류했다. 2월 3일 이재준 고양시장, 정하영 김포시장, 최종환 파주시장은 일산대교 영업소에서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기금수익 악화를 명목으로 사업구조 및 경영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시민을 우롱하는 사업기간 연장을 통한 조삼모사식 통행료 인하가 아닌 사업권 전체를 인수해 일산대교 무료화 방안에 힘써야 한다”고 선언했다.
경기도의회도 이번 이슈에 힘을 보탰다. 경기도의회 소영환, 손희정, 민경선, 김경일 도의원은 2월 8일 전북 전주의 국민연금공단 본사를 방문해 “경기 서북부 200만 시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일산대교 통행료 문제에 공단이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소영환 도의원은 이날 “최소운영수입보장 규정에 따라 2016년까지 이미 375억 원의 경기도 재정이 일산대교에 지원됐음에도 일산대교는 통행료를 낮추지 않고 있다”며 “국민연금공단의 사익 추구가 도를 넘었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일산대교 통행료 개선을 위한 현장간담회. 사진=경기도 제공
2월 15일에는 국회의원, 경기도,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관계자가 모두 모인 현장간담회가 일산대교 대표이사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포, 파주, 고양을 지역구로 둔 박상혁, 김주영, 박정, 윤후덕, 이용우, 한준호, 홍정민 국회의원이 함께했고 국민연금공단 인프라투자실장, 기재부 민간투자정책과장,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 일산대교(주)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민연금이 투자사업을 통해 연금의 내실화와 건전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것이 일부 주민에 대한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이 지사는 앞선 2월 1일에는 “준공공 기관이 어쩔 수 없이 다리를 통과해야 하는 서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해 부당하게 과한 이익을 취하면 안 된다. 통행료 조정부터 일산대교 인수까지 포함해 과도한 통행요금 시정을 위한 합리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공단 인프라 투자실장은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이기 때문에 수익성 증대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구성 방안이 제시된다면 경기도와 기본적으로 협의, 협력할 예정”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지만 추후 일산대교 통행료 문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거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먼저 지역 국회의원 대부분이 이번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통행료 조정은 다른 지역 사업이나 연말 예산 배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권자가 체감하기 쉽다. 따라서 3기 신도시 발표로 반발을 겪은 여당 국회의원들이 국면 전환 카드로 일산대교 통행료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는 게 지역의 대체적 분석이다.
또한 지난해 8월 부임한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밀접한 사이라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21대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경기도 이천에 출마했었다. 낙선 후 이사장 부임 전까진 이천시 민주당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을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