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서울 강남구청은 지난 2월 10일 압구정4구역에 조합설립 인가를 통보했다. 이번 인가는 2017년 11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설립 후 무려 약 3년 3개월 만이다. 1368가구 규모인 압구정4구역은 추후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 등을 거쳐 2000여 가구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압구정4구역은 현재 24개 단지 1만 466가구로 구성된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6개 정비구역 가운데 처음으로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4구역 외에도 1구역(미성1·2차), 2구역(신현대9·11·12차), 3구역(현대1∼7차, 10·13·14차), 5구역(한양1·2차), 6구역(한양5·7·8차)도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4구역과 함께 지난해 12월 강남구청에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한 5구역은 이달 결과가 나올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재건축아파트 단지들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정부가 지난해 6·17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이라도 2년 실거주를 해야만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대신 지난해 12월 법령 개정 전까지 조합 설립을 신청하는 단지에는 이 규제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서둘러 조합을 설립했다. 그런데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예외규정 적용 기간도 늘어나게 됐다.
‘2·4 대책’에 대한 실망도 재건축에 속도를 내도록 한 요인이다. 새해 들어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이 예고되면서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2·4 대책에는 기대했던 내용들이 전혀 담기지 못했고, 관망하던 재건축 조합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압구정4구역은 이미 2·4 대책 전에 절차에 돌입했지만, 1980년대 들어선 목동 아파트들도 속속 안전진단 절차에 들어갔다. 마포 성산과 노원 상계동 단지들은 2·4 대책 후 조합설립을 서두르거나 안전진단 절차에 나섰다.
재건축 부담금 계산 방식이 바뀐 영향도 있다. 정부는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높아지면서 시세 상승률을 넘어 과도하게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16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예컨대 추진위 설립 당시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60%, 종료 시점 시세 반영률이 90%라고 치자. 10억 원짜리 아파트가 재건축 후 15억 원이 됐다고 가정하면, 기존에는 재건축 부담금이 6억 원에서 13억 5000만 원으로 오른 것을 기준으로 부과됐다. 이번 시행령이 개정되면 모두 반영율 90%를 적용, 9억 원에서 13억 5000만 원으로 오른 것으로 인정된다.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 원이 넘으면 재건축초과이익의 최대 50%를 재건축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개정 시행령을 반영하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단지의 경우 당초 예상했던 부담금보다 가구당 최대 6억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한다.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가구당 1억~2억 원씩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는 재건축 개시시점인 현재의 집값을 더욱 끌어올릴 요인이 된다. 개발 후 집값을 미리 반영해야 재건축 부담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미 압구정동 신현대 아파트 197㎡는 지난 1월 16일 신고가인 57억 50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3.3㎡당 1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직방 통계를 보면 한남더힐은 지난해 10월 전용면적 243.642㎡(약 74평)가 77억 5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매매가를 기록했다. 3.3㎡당 1억 원을 넘은 셈이다.
압구정 아파트 단지가 훨씬 크고, 입지도 낫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건축 완료 후에는 값이 더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반포 일대 아파트는 신축이 아니더라도 호가가 3.3㎡당 1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2016년 완공된 반도 아크로리버파크는 78㎡의 호가도 26억 원이 넘는다. 구축 아파트가 이미 3.3㎡당 1억 원을 넘은 만큼 재건축이 완료된 새 아파트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강남 3.3㎡당 1억 원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