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첫 5만 달러를 돌파한 지난 2월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의 시세가 표시돼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1월 초 한때 3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은 테슬라의 15억 달러 투자 소식 이후 급반등하며 단숨에 5만 달러를 넘어섰다. JP모건, 모건스탠리, BNY멜론 등 월스트리트의 대형은행들도 비트코인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캐나다에서는 세계 최초로 관련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승인됐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디지털 황금’이라는 분석도 등장했다.
채굴량이 2100만 개로 한정돼 있는 비트코인은 현재 채굴된 물량이 1851만 개가량. 이미 한도량의 88%가 시장에 나와 있고 2040년까지 추가 채굴될 양이 249만개 밖에 남지 않았다. JP모건체이스는 장기적으로 14만 6000달러까지 이를 수 있단 분석을 내놓았고, 아크인베스트는 기관 투자자들이 자산의 2.5~6.5%를 포트폴리오에 배분한다면 가격이 20만~50만 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비트코인을 ‘제2의 튤립 버블’로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화폐는 물론 자산으로써 아무런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는 비트코인이 가치를 갖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미 1조 달러 상당의 시장이 형성됐지만, 대형 펀드와 기업들은 엄청나게 높은 변동성을 이유로 공식적인 자산으로 편입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자금세탁이 가능해 중앙은행과 조세당국의 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만큼 조만간 규제가 이뤄지면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대표적인 규제론자다.
앞서 비트코인에 투자한 유명인과 헤지펀드가 수익을 위해 다른 이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비트코인에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는 있지만, 직접 투자에 나선 곳들은 없다. 부가서비스를 준비하거나, 관심도를 높인다는 정도의 발표가 대부분이다.
이미 비트코인을 매입한 기관들은 주로 부자들이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인데, 프라임브로커 역할을 하는 월가 대형은행과는 공생 관계다. 일부 투자대상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편입한 기관이 있지만, 1조 달러에 달하는 시장이 형성된 결과에 따른 반응이라는 분석이다. 1조 달러는 테슬라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글로벌 분산펀드 입장에서는 자산에 편입시키지 않기 어려운 규모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