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부터 4일까지 신청을 받은 공수처 검사에 4명을 뽑는 부장검사에 40명, 19명을 뽑는 평검사에 193명, 30명을 뽑는 수사관에 293명이 지원했다. 차이는 있지만 각 분야 모두 10 대 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공수처 현판식 당시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검찰의 분위기는 달랐다. 많은 현직 검사들은 “왜 공수처를 가냐”는 반응을 가장 먼저 내놓았다. 다들 입을 모아 “검찰을 떠났던 분들 중 변호사를 하시던 분들이 지원을 좀 하지 않겠느냐”고 얘기했다. 그러나 검찰을 떠난 법조인들도 “임기 후 제약이 많은 공수처를 왜 가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한 발 더 들어가면 이들의 고민도 시작된다. 일단 손을 저으면서도 “혹시 누가 썼다고 하느냐”고 물으며 분위기를 살핀다. 2021년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출범까지 검찰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질 수 있는 변화의 한 해이기 때문에 ‘공수처 자리잡기’를 지켜보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법조인은 “공수처가 어느 정도의 권력 기관이 될지, 자리 잡는 것을 지켜본 뒤 실력 있는 이들이 갈지 말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출신 대환영”
공수처는 ‘검찰 권력 견제’에서 시작된 조직인 만큼, 처장과 차장을 모두 판사 출신으로 뽑았다. 하지만 결국 공수처도 수사를 해야 하는 조직이다. 공수처는 차장검사 밑에서 실제 수사를 담당할 부장검사와 평검사 등 23명의 공수처 검사에 많은 검찰 출신 법조인의 지원을 희망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브리핑에서 “검찰 출신을 법에서 규정한 최대치인 12명을 뽑겠다”며 “여운국 차장검사 후보자 연수원 기수가 23기인데, 기수를 높여 제청한 것도 경력 있는 분이 지원하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차장과 처장을 포함 검사 25명 가운데 절반 이상을 검찰 출신으로 꾸릴 수 없다. 때문에 검찰 출신이 뽑힐 수 있는 최대 규모는 12명이다. 김진욱 처장은 그 정도로 검찰 출신의 지원을 독려했다. 사법, 금융, 조세 등,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현직 검사와 수사관들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를 이끄는 처장과 차장의 수사 능력이 입증된 적이 없다는 점도 고려된 결과였다. 공수처 1, 2인자인 처장과 차장 모두 판사 출신으로 제대로 된 수사 경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진욱 처장은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별검사팀에서 2개월 수사관을 한 게 전부이고, 여운국 차장은 판사를 20년 했을 뿐 수사 경험이 없다. 오죽하면 여운국 차장 후보 제청 보도 자료에 ‘영장전담판사를 했다’는 것을 관련 경험으로 적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검사와 수사관 공모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4명을 뽑는 부장검사에 40명, 19명을 뽑는 평검사에 193명, 30명을 뽑는 수사관에 293명이 지원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각 분야 모두 10 대 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수처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지원자가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갔다. 김진욱 처장은 브리핑에서 “검사 지원자 중 절반가량은 검찰 출신이 지원했다”고 설명하면서도 구체적인 현직 검사 지원 규모 등은 밝히지 않았다.
#‘누가 썼나’ 관심
현직 검사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나는 쓰지 않았다”는 얘기와 “내 주변에 썼다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먼저 나왔다. 그러면서 “현직 검사들 중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지원했을 리 없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재경지역에 근무 중인 한 검사는 “지원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이제 막 출범한 공수처가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과 권한을 담당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검찰에 있다가 변호사가 된 분들이라면 모를까 현직 검사들 중에는 지원자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검찰 출신을 법에서 규정한 최대치인 12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사진=박은숙 기자
부장 간부급 검사 역시 “공수처에 가면 임기도 제한돼 있고, 또 그만두고 난 뒤 변호사를 하더라도 제약이 많지 않느냐”고 선을 그었다. 실제 공수처법 상 검사의 임기는 3년이고 3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또 퇴직하고 2년이 지나지 않으면 검사로 임용될 수 없고, 퇴직 후 1년이 지나지 않으면 대통령비서실의 직위에 임용될 수도 없다. 퇴직 후에는 공수처 사건을 변호사로서 1년 동안 수임할 수도 없다. 공수처 검사에 지원할 경우, 변호사 시장으로 나갈 것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점이 단점이라는 설명이다.
검찰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도 “공수처는 검찰이나 법원처럼 사회적인 사건이나 정치적인 사건을 주로 처리할 텐데, 둘 다 변호사 시장에서 ‘정치적인 사건’은 돈이 안 되는 기피 사건”이라며 “공수처에서 임기를 마치고 떠난 뒤 돈을 버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딱 잘라 말했다.
#향후 전망 두 목소리
그러면서도 향후 전망은 부장급 검사들과 평검사들의 의견이 둘로 나뉜다. 검찰 조직에 오래 근무한 간부급 검사들이 부정적이라면, 평검사들 사이에서는 ‘공수처에 대해서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초임인 한 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 초창기만 해도 공수처장은 물론, 공수처 검사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던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공수처가 ‘검사’를 수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검찰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때 동료이자 내 일터였던 검찰 조직을 내 손으로 수사할 수 없다’며 지원자가 줄었다고 들었다”며 “1~2년 뒤 공수처가 주로 어떤 수사를 하는 곳인지, 얼마나 제대로 된 조직으로 자리 잡는지 여부에 따라 공수처 인기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지원을 고민했다는 평검사는 “원래 검사들의 꿈은 큰 사건을 해보는 것이고 공수처 사건은 언론과 정치가 관심을 갖는 대형 사건이 아니겠느냐”며 “당초 지원을 고민하다가 공수처가 만들어진 뒤 어떻게 자리 잡는지 지켜보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검찰 출신의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평검사들 사이에서 ‘앞으로 검찰의 역할이 공수처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며 인기가 있다”면서도 “누가 지원했는지 다들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지원자 가운데 상당수가 검사가 아닌 수사관일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앞선 특수통 출신의 변호사는 “실제로 수사를 하다보면 핵심적인 증거나 진술은 능력 있는 수사관들에게서 나오기도 한다. 능력 있는 수사관이 평범한 검사 1~2명의 몫을 하기도 한다”며 “검찰 조직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수사관들이 대거 지원했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
김진욱 처장도 검찰 수사관 지원을 독려했다. 검찰로부터 수사관을 파견 받기로 한 공수처는 능력 있는 수사관을 확보하기 위해 6년 임기를 두 번 채운 12년 근무 수사관에 대해서는 공수처 검사 임용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파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