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 퇴출 위기를 겪었던 헬릭스미스의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경영진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헬릭스미스 홈페이지 캡처
#갈등의 불씨 ‘대표 빠진’ 유상증자
헬릭스미스는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를 정도였으나 지난해 10월 옵티머스 등 고위험 부실펀드 투자로 큰 손실을 입은 것이 확인되며 증시 퇴출 기로에 선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유상증자로 관리종목 지정을 모면했지만 주가 급락은 피할 수 없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2019년 8월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향후 2년간 유상증자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더욱이 지난해 9월 17일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할 때 김 대표 본인은 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개인투자자들의 단체행동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비대위는 소액주주들의 표를 모아 임시주총을 열고 김선영 대표의 해임안을 올릴 계획을 세웠다.
당시 비대위는 “(엔젠시스) 임상이 실패하고 증여가 막 끝난 뒤, 거기다 3-3상 임상 시작 공시 후 회사의 유상증자 공시는 소액주주들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위”라며 “김 대표는 이번 유증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발표는 소액주주들만 다 죽으라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질타했다. 김 대표는 2020년 7월 14일 지배구조 안정화를 이유로 장남 김홍근 씨에게 100만 주 증여를 결정했으나 유상증자 공시 이후 비난이 빗발치자 140억 원대의 주식담보대출과 증여세 부담을 이유로 9월 24일 증여 취소를 결정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임시주총 소집을 위해 위임장 발송을 독려하는 한편 유상증자 참여 운동도 벌였다. 유증을 성공시켜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이 발 벗고 나선 셈이다. 유상증자와 블록딜 지분매각 등에 따라 김 대표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낮아지면서 회사 지배력은 약화됐다. 김 대표이사의 지분율은 2019년 말 9.79%에서 지난 1월 8일 6.67%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자 지분율도 12.14%에서 9.57%로 떨어졌다.
유상증자 이후에도 사측과 개인투자자들의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상법에서 주주에게 부여한 권리인 ‘주주명부의 열람 및 등사’를 지난 2월 8일과 2월 10일 두 차례에 걸쳐 회사를 방문해 요청했으나 출입문을 봉쇄한 채 문전박대 당했다”며 “주주들은 투명경영, 임상정보 제공 등을 통해 정상적인 경영을 바라고 주주로서 알권리를 요구하고 있는데 회사는 주주들의 출입을 차단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결국 비대위는 지난 2월 16일 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신청 소장을 제출했다.
#분할 자회사에 모회사 지분율 낮아진 까닭
자회사 분할 이후 자회사에 대한 헬릭스미스의 지분율이 낮아진 점도 개인투자자들의 불만 사항이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9월 일부 R&D(연구개발)프로젝트를 분할해 ‘카텍셀’과 ‘뉴로마이언’을 설립했다. 회사 분할을 통해 외부 자금 유치 등 개발자금을 확보하고 새롭게 임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카텍셀에 관련 특허를 현물출자한 헬릭스미스가 3억 6000만 원가량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분 48.13%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52%가량을 김 대표를 비롯한 오너 일가와 임직원 등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들은 헬릭스미스가 특허를 현물출자하며 인정받은 지분 가치가 낮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헬릭스미스 유상증자에 불참한 오너 일가가 분할한 자회사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적한다. 카텍셀 지분을 포기하더라도 헬릭스미스 유상증자에 참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뉴로마이언의 경우 특허를 현물 출자한 당시 80% 지분을 보유 중이던 헬릭스미스가 지난해 10월 8일 3억 5000만 원 규모의 증자 이후 지분율이 낮아진 반면, 김 대표와 그의 장남 김홍근 씨 등이 보유한 뉴로마이언 지분율은 증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금 부족을 이유로 헬릭스미스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뉴로마이언 증자에는 참여해 지분율이 상승했다는 것. 이와 관련,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오너 일가가 회사 경영정상화와 엔젠시스 임상 성공에 집중하기보다 자회사에 투자해 일감을 몰아주고 이익을 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헬릭스미스가 지난 9일 게재한 IR레터도 의혹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헬릭스미스 측은 IR레터에서 “현물출자한 기술(특허)의 가치는 외부의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기술평가 전문기관인 기술보증기금이 실시했고, 서울남부지방법원의 인가를 받아 실행했다”고 밝혔다. 또 주주 구성에 대해 “당사가 최대주주의 지위를 가지면서도 각 임직원들의 기여 정도에 따라 일정 지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며 “주주구성과 지분율을 회사에 대한 기여도와 투자업계 피드백, 각 개인별 사정 등을 고려해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자 참여비율이나 주주구성 및 지분율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지난 2월 3일부터 일주일가량 소액주주분들의 궁금증 및 문의사항을 받았고, 관련해 답변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사측이 비대위의 사옥 방문을 거부한 것에 대한 사실 유무와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