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테크(롤렉스+제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진=연합뉴스
백화점 롤렉스 매장에서 번호표 뽑는 게 취미라는 30대 남성은 최근 ‘롤테크’에 성공했다. 서울의 한 롤렉스 매장에서 1766만 원에 구매한 ‘요트마스터1 초코판 에버로즈 골드’를 200만 원 높인 1966만 원에 판매한 것. 시계 거래소에 내놓은 지 3일 만이다. 그는 “롤렉스로 짭짤하게 수익을 낸다”며 “인기 높은 제품을 구매할 기회가 오면 대출받아서라도 구매하고 가격 높여 판매하면 대출금 갚고 이익까지 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롤테크의 열기를 보고자 기자도 지난 16일 오후 2시 21분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으로 향했다. 당시 대기번호는 270번으로 앞에는 84팀이 매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가 롤렉스 매장에 입장한 시간은 오후 6시 21분. 정확히 4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시계거래소에서 인기 있는 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왜 롤렉스인가
스위스시계그룹과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외 하이엔드 명품 시계 브랜드는 롤렉스를 포함해 △파텍필립 △브레게 △까르띠에 △태그호이어 △IWC 등 50여 개다. 하지만 시계 애호가들은 이윤을 얻기에는 롤렉스가 탁월하다고 말한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희소성을 띠기 때문.
롤렉스는 1905년 설립 당시부터 다이버워치, 요트 대회 출발 카운터 등 다른 시계 브랜드와 달리 기능적인 부분에서 세계에서 인정받았다. 195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보급률이 급증하고 중산층이 탄탄해지면서 희귀한 시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롤렉스도 이때 명품 반열에 올랐다. 이는 롤렉스를 단순 손목시계가 아닌 ‘부의 상징’ ‘소장품’ ‘자기만족’ 등의 이미지로 자리 잡게 했다.
국내 한 백화점 하이앤드주얼리&와치 담당자는 “롤렉스는 역사나 전통이 다른 브랜드보다 상위권에 위치해 있지는 않지만 내구성이 튼튼해 선호도가 높다”며 “구매 후 차고 다니다가 팔아도 제값 이상이 나와 제테크에 이용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140%…얻기만 하면 ‘대박’
모든 롤렉스 제품이 리셀(희소한 제품을 웃돈을 얹어 되파는 행위)하기 좋은 건 아니다. 시계 거래소에 따르면 롤렉스 중에서 리셀 되는 주 제품은 △오이스터퍼페츄얼 △데이트저스트 △서브마리너 △요트마스터 △데이토나 △데이데이트다. 성골(백화점 매장에서 구입에 성공한 제품)에 한해서다.
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중에서도 ‘P’(Premium 앞 글자, 수익을 얻는 것)가 가장 많이 붙는 건 스타벅스라고 불리는 서브마리너 신형 그린이다. 이 제품은 백화점 매장에서 1165만 원 정도로 판매되는데 구하기 어려워 리셀가가 현재 최대 2500만 원 수준이다. 수익률 140%. 서브마리너 청콤 콤비도 웃돈이 크게 붙는 제품이다.
최근 해당 제품을 구입한 김 아무개 씨(42)는 “운 좋게 서브마리너 청콤 콤비를 구입했다”며 “1740만 원에 산 이 제품이 현재 리셀 시장에서 2300만 원에 팔린다”고 자랑했다. 실제 해당 제품은 현재 시계거래소에서 2200만~23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시계감정원 관계자는 “롤렉스가 브랜드 자체로 부를 과시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지만 중고거래가 만연해져 오히려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고가가 매장 판매가보다 가격이 높아도 거래가 이뤄지지만 명품시계 유통에 혼란을 야기한다“며 ”시계업계에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계약금 사기, 보증서 조작…롤테크 주의보
업계 관계자들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시계 거래소에선 매일 롤렉스 거래가 한창이다. 구매자들은 200만 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은 제품도 즉시 거래한다. 희소성이 높은 제품일수록 매장에 잘 풀리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도 산다. 하지만 일부 판매자들이 계약금을 받고 연락 두절되는 상황이 발생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월 21일 시계 거래소에는 계약금 500만 원을 사기당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사진=시계 거래소
이뿐만 아니다. 롤렉스 가품을 진품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보증서를 조작한 사례도 있다. 롤렉스는 매장에서 구매시 개인 전용 카드를 준다. 수리를 요구할 때 이용할 수 있으며 롤렉스 진품으로 인정받기 위한 보증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시계거래소의 한 글쓴이는 “시곗줄을 늘리기 위해 백화점을 방문했더니 (직원이) 카드가 위조라고 했다”며 “(앞으로) 중고로 시계 사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계 속 각인과 보증서 카드도 믿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례와 관련해 종로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사기죄 혐의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고 거래의 경우 사기 범죄가 빈번하다”며 “롤렉스 거래처럼 액수가 클 경우 구매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