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 김재영·송혜영·조중래)는 18일 피감독자간음 및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김준기 전 회장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취업제한 명령도 1심과 같이 유지됐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자신의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를 성추행‧성폭행하고 2017년 2~7월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질병 치료를 이유로 2017년 7월 미국으로 떠난 김 전 회장은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경찰이 그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 수배자 명단에 올리자 출국 2년 3개월 만인 2019년 10월 자진 귀국했다. 김준기 전 회장은 공항에서 바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그를 구속기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김 전 회장은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그룹 총수임에도 그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지시에 따르는 가사도우미나 비서를 강제추행하고 간음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더군다나 범행 후 미국에 장기간 체류하며 수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체포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전 회장은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해 모두 처벌을 바라고 있지 않다”며 “김 전 회장이 대부분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반성하며 1944년생으로 고령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정상들과 기록에 나타난 모든 양형 자료를 참작하면 1심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검찰과 김 전 회장 모두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지난 1월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 “김 전 회장이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라며 1심과 동일하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김 전 회장은 “이제 80을 바라보는 노인”이라며 “제게 마지막 한 번 기회를 주신다면 반도체 사업에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발휘해 국가에 공헌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