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철골이 7층까지 올라가 있는 수서투루빌Ⅱ 오피스텔은 각종 송사로 인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아래는 조합원과 시행사가 내건 것으로 보이는 ‘유치권’ 관련 현수막. | ||
서울 강남에 위치한 1천 평 규모의 노른자위 땅을 둘러싸고 땅 주인과 땅 위에 세워진 구축물 주인이 소송을 벌이고 있어 관심이다. 문제의 땅은 강남구 수서동 수서역 인근에 위치한 부지. 수서역은 분당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경계로 한때 최고의 부동산 투자처로 꼽혔던 지역이다.
그러나 문제의 이 땅은 주변의 부지에 초대형 오피스텔, 이마트, 상가 등이 세워지는 동안에도 무려 8년 동안 땅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이 부지를 둘러싸고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등 각종 소송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 부지가 몰락한 나산그룹 회장이었던 안병균 전 회장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다. 각종 송사에 휘말린 이 땅은 강남구 수서동 715번지, 715-1, 715-2, 715-3 등 네 필지로 총 1천55평 규모.
당초 이 땅에는 나산그룹 계열사였던 나산건설에 의해 지하 6층, 지상 20층 규모의 총 3백15세대 오피스텔이 세워질 예정이었다.
현재 이곳은 지하 6층~지하 1층까지 주차장 공사가 거의 완료된 상태이고, 철골물이 지상 7층까지 올라간 상황. 그러나 현재 각종 소송이 이어지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이 땅 주인과 구축물의 주인이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이 땅 주인은 경안건업 대표이사인 변기태씨고, 땅 위에 세워진 구축물 주인은 수서투루빌II 오피스텔 조합으로 돼있다. 한 땅을 두고 토지 주인과 구축물 주인이 다른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땅주인인 변씨는 지난 1월 법원에 구축물 주인들을 상대로 땅을 내놓으라며 ‘대지인도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반면 구축물 주인인 수서투루빌II 오피스텔 조합은 이에 강력히 반발, 현재 이 소송을 법원에 계류중이다.
▲ 안병균 전 나산 회장 | ||
이 사건은 지난 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산그룹의 계열사인 나산종합건설은 이 지역에 20, 23, 25평형 오피스텔 3백여 채를 분양한다는 공고를 냈다. 당시 이 지역은 강남과 신도시 분당을 연결하는 곳인데다가, 자연친화적 환경, 생활 편의성 등을 이유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특히 나산은 이 오피스텔을 타사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분양한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해 분양률 100%를 기록했다고 한다. 예정대로라면 오피스텔은 20개월 뒤에 오픈할 예정이었다. 당시 이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던 이아무개씨(53·서초구 S아파트 거주)에 따르면 나산은 같은 해 9월 오피스텔 공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나산종건은 이후 97년 12월까지 오피스텔 건설 공사를 했으나, 15개월의 공사기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고 한다. 이아무개씨는 “분양 당시 오피스텔 준공까지 20개월이 걸린다고 했으나, 15개월이 넘도록 공사를 하면서도 사실상 기본 건물 골격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듬해인 지난 98년 1월 나산그룹은 부도를 맞았고, 사실상 오피스텔 공사는 전면 중단됐다.
이렇게 되자 오피스텔 분양자들은 다급해지고 말았다. 분양자 3백15명은 안병균 전 회장을 상대로 계약금 반환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분양자들에 따르면 안 전 회장은 “이미 착공하지 않았으냐. 반드시 지어주겠다”며 각서를 쓰는 등 분양자들을 안심시키기에 바빴다고 한다. 뒤늦게 확인된 사실이지만, 안 전 회장은 이미 이 땅을 은행에 저당잡혀 1백43억원의 돈을 끌어쓴 상황이었다.
나산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외환은행은 채권 회수 차원에서 이 땅을 한 외국계 펀드에 판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와중에 오피스텔 주인은 나산그룹에서 채권단 3백71세대로 명의변경됐고, 이 땅을 낙찰받은 외국계 펀드는 즉각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접수시켰다.
결국 땅 주인과 오피스텔 조합원들간의 지루한 소송은 계속됐다. 설상가상으로 이 오피스텔 인근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이 땅에 대한 소송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에 오피스텔 조합원들은 외국계 펀드 등과의 소송중에도 (1심에서 조합원 승소, 2심에서 패소, 현재 대법원 계류중) 오피스텔 철골 공사를 계속했다.
이 공사를 맡은 곳은 바로 은광종합개발(주)라는 회사였다. 오피스텔 조합원들은 이 회사가 사실상 안병균 전 회장의 회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원의 한 관계자는 “안 전 회장이 이 공사를 반드시 해주겠다는 각서를 수차례 작성했다”며 “이 회사 역시 자기가 대리인을 내세운 회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