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방치돼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디자인=백소연 디자이너
19일 한국전력(이하 한전)과 경찰 등에 따르면 친모 A 씨(22)와 숨진 B 양이 함께 살던 빌라는 지난해 초부터 5개월간 전기료를 내지 않아 같은 해 5월 25일 단전됐다. 이후 A 씨는 B 양을 빌라에 홀로 남겨둔 채 지난해 8월 재혼할 남성 집으로 이사했다. 즉 두 달 반 동안 전기도 없는 환경에서 B 양과 생활했다는 것.
한전은 위기 가정으로 분류된 A 씨 가정에 단전 조치하면서 보건복지부에 통보하지 않았다. 2015년 도입된 ‘복지 사각지대 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3개월 이상 전기료를 체납한 사람의 정보를 보건복지부에 알려야 한다.
한전의 방관으로 A 씨의 집에는 단 한 번도 사회복지공무원이 방문하지 않았으며 B 양은 아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B양의 숨진 모습이 마치 미라처럼 처참했다”며 “건조한 공간이라서 시체가 완전히 부패하지 않고 형태가 그대로 남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B 양의 시신은 빌라 아래층에 살던 외할머니가 발견했다. A 씨와 친정부모는 같은 빌라에 살고 있었지만 평소 왕래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조부모는 B 양이 홀로 남겨진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한 A 씨를 기소 의견으로 19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코로나19→돌봄공백 발생…“취약가정 관심 절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아동 돌봄에 대한 공백이 일어나 우려가 제기된다. B 양 사망뿐 아니라 앞서 발생한 ‘정인이 사건’ ‘조카 물고문 사건’ 등 사회 곳곳에서 아동학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아동학대 112 신고 건수는 5959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 신고 건수는 4364건으로 1년 만에 약 36.5% 증가했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아동 보호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이웃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신고 건수가 늘었다”며 “유치원, 초등학교 등 코로나19로 아동 보호가 이뤄질 수 있는 공적 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 학대를 발견할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취약가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