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1990년대생 의원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왼쪽부터). 사진=박은숙·이종현 기자
#할 말은 한다
용혜인 의원은 2020년 9월 4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때 300명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이 아닌 보편 지급돼야 한다는 뜻에서였다. 용 의원은 당시 국회 본회의 반대토론에서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고통을 심사하고 선별한다는 추경안에 반대한다. 압도적 여야 합의로 ‘선별’이라는 이데올로기만 남은 추경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친여권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비판이 거셌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해찬이 싸지른 X덩어리 근황’이라는 글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으로 먹튀(먹고 튀었다) 후 이러고 있음”이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용혜인 의원이 지난해 9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4차 추가경정예산을 두고 반대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류호정 의원은 2020년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소식에 조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화제를 모았다. 류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신이 외롭지 않기를’이라는 글을 올려 “많은 사람들이 고인을 애도할 때 피해자의 손을 먼저 잡겠다”며 “벌써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피해자에게 위로를 전했다. 이에 반발한 일부 당원이 정의당을 탈당하기도 했지만 류 의원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전용기 의원은 2020년 2월까지 직접 식당을 운영한 경력이 있다. 전 의원은 월세가 밀렸던 자영업 경험을 살려 ‘상가건물임대차보호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 거절을 2020년 9월부터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막는 법안이었다. 전 의원은 “많은 건물주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소상공인들은 굉장한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뿌듯한 일이었다”고 전했다.
#기성질서와 틀을 깨다
2020년 10월 시정연설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자 류호정 의원은 고 김용균 씨를 떠올리게 하는 발전소 노동자 작업복을 입고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는 피켓을 든 류 의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2020년 8월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위해 국회에 대자보를 100장 붙이는 이색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8일 ‘2021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하자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중대재해기업차벌법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감에선 삼성전자 부사장을 대신해 증인으로 참석한 관계자가 중소기업 기술 탈취 의혹을 부인하자 “말장난하지 마라. 그게 기술탈취 아니냐”고 호통을 치며 주목받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류 의원에 대해 페이스북에 “국회에서 이런 장면 정말 오랜만에 본다. 아주 잘하고 있다”고 했다.
2020년 8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류 의원이 입은 빨간색 원피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거 유시민 의원이 ‘빽바지’를 입은 것과 비교되며 격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국회의 보수적인 ‘꼰대 문화’를 지적하면서 류 의원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류호정 의원이 빨간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왼쪽). 중국의 한복 동북공정 논란이 일자 전용기 의원은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상임위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전용기 의원도 국감에서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 친필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한복에 태극기를 들고 나타나 관심을 받았다. 전 의원은 최근 한복이 중국의 의복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국감에서 BTS(방탄소년단)를 비롯한 문화예술인, e스포츠 프로게이머 병역 연기나 특례를 건의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2020년 10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국팀에 소속된 한국인 프로게이머 전부 다 태극기를 걸고 활동한다. 국위선양 아닌가”라며 “일부 프로게이머가 병역연기를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수를 쓰지만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병역 특례를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용기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복을 입은 채 한 손엔 태극기를 들고 나와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용혜인 의원은 2020년 9월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의사진행 발언으로 일침을 날렸다. 앞서 자신이 임차인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임대차3법에 반대한다고 조목조목 따져 화제가 됐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발언을 패러디한 것이었다. 용 의원은 자신이 임차인이기 때문에 법안에 찬성한다고 맞서면서 “강남 3구의 국민들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4평짜리 최저기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의 대표자가 되어 달라”고 했다.
용 의원은 2020년 10월 임기 중 깜짝 임신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획재정위원회의 선배 의원들에게 축하를 받기도 했다. “기재위 회의 때 누군가 싸우려고 하면 용 의원 있어서 안 된다고 말리자”는 농담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국회의원 임기 중 임신한 의원은 용 의원이 처음은 아니다. 19대 국회에서 장하나, 20대 국회 때 신보라 의원이 있었다.
#미숙한 대처 도마 오르기도
당선 전부터 ‘대리 게임 논란’, ‘부당해고 노동자 자격 논란’이 있었던 류호정 의원은 최근 ‘비서 해고 논란’을 키우면서 대처가 미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선 전부터 ‘대리 게임 논란’, ‘부당해고 노동자 자격 논란’이 있었던 류호정 의원이 최근 ‘비서 해고 논란’을 키우면서 대처가 미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박은숙 기자
류 의원은 자신의 전 비서가 부당해고 당했다고 폭로하자 “국회 보좌진은 근로기준법, 국가공무원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맞섰다. 류 의원은 이를 정치적 공세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전 비서를 당 징계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자 평소 노동자 편에서 목소리를 내온 류 의원을 향한 당 안팎 비판이 쏟아졌다. 당의 ‘엄중 경고’까지 나오자 류 의원은 자신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면서 “노동의 가치를 더욱 품에 새기고 부족한 부분을 부단히 채워 나가겠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과거 젊은 의원은 정치 기반을 미리 다져둔 운동권 출신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치 세력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면서도 “전문성을 가진 의원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법안이나 발언이 힘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젊은 의원이나 초선 의원 존재감이 과거의 젊은 의원들에 비해 거의 없다고 본다. 젊은 의원들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땐 단발성 ‘보여주기’식에 그친다. 젊은 패기로 당내 쓴소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