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권영세·박진 의원은 21대 총선 때 서울에서 살아남은 국민의힘 8명 중 단 두 명의 ‘중진 의원’이다. 나머지 당선자는 초선(김웅·배현진·유경준·윤희숙·태구민)과 재선(박성중) 의원이다.
권 의원은 이명박(MB)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주중대사 등 요직을 지냈다. 김영삼(YS) 정권 당시 청와대에 들어갔던 박 의원은 ‘정치 1번지’ 종로에서만 세 차례 당선됐다.
두 의원은 여의도의 대표적인 ‘외교통’이자 18대 총선 이후 8년 만에 여의도로 복귀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당선되자마자 지역구를 외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끝내 출마 뜻을 접은 것도 비슷하다.
이들에 대한 ‘수도권 중진 역할론’은 끊이지 않는다. 보수진영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3대 아킬레스건은 영남당·꼰대당·웰빙당”이라며 “이를 타개할 방법은 수도권 중진이 당권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세종특별자치시,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두 의원은 당 안팎 인사들에게 차기 당권 도전을 권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세·박진 의원은 당 대표 경선 출마 얘기가 나오면 종종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라고 묻는다고 한다. 이들 역시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니 대선 정국에서 권영세·박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에 목소리를 내며 사실상 ‘헤쳐 모여’에 힘을 실었다. 권 의원은 앞서 안 대표가 통합 경선을 제안했을 때도 “긍정적으로 검토하자”며 당 지도부와 각을 세웠다.
이어 안 대표를 연일 비판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선 “엉뚱한 곳에 총구를 겨눈다”고 비판했다. 박진 의원도 결은 다르지만 “단일화가 기필코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부산으로 내려간 2월 1일에는 당 중진들과 비공개 회동을 하고 야권 단일화를 논의했다. ‘통합에 의한 승리’를 명분으로 4월 재보선 이후 야권발 정계개편을 노리겠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이 사실상 판 흔들기에 나선 것은 물밑에서 진행되는 차기 당권을 둘러싼 수 싸움과 무관치 않다. 국민의힘에선 3선의 윤영석 의원(경남 양산갑)을 시작으로, 4선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예산) 등이 몸 풀기에 돌입했다.
5선의 조경태(부산 사하을)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 등도 차기 당권 도전자로 거론된다. 권영세·박진 의원이 나서지 않는다면, 지역당의 이미지는 한층 짙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