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컴퓨터를 사용자 동의 없이 강제로 열어 열람한 부분을 두고 주광덕 국민의힘 의원이 이를 승인한 김명수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검찰에서 각하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컴퓨터가 대한민국 소유로 공적 업무를 위해 제공된 것이며 담긴 정보도 공적인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라 사용자 동의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어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게 각하 이유다.
법원 내부 분위기 단속을 위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2월 19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자신이 정치권 눈치를 보며 정치권 움직임을 염두에 둔 발언과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강하게 항변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그렇지만 최근 검찰은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새로운 고발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2월 15일 해당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직서를 반려해 국회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도록 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또한 국회 법사위원들의 질의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 관련 언급을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부인을 한 것이 허위공문서 작성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입증될지도 관건이다. 이미 같은 사안으로 자유대한호국단, 활빈단,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 등 3개 단체가 먼저 고발을 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에 배당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이성윤 지검장의 서울중앙지검이 진행하는 수사 결과보다 임성근 부장판사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헌재는 탄핵심판사건의 주심을 이석태 재판관(사법연수원 14기)으로 지정했다. 이 재판관은 2018년 김명수 대법원장에 의해 헌법재판관으로 내정됐다.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인용 결정을 내리면 임 부장판사는 파면되지만 반대가 4표 이상 나오면 탄핵안은 기각된다. 탄핵소추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재판관이 5명 이상이면 각하된다.
만약 헌재가 기각을 결정할 경우 탄핵을 주도한 여당은 물론이고 탄핵을 감안해 사표를 반려했던 김명수 대법원장에게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법조계는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월 28일이면 임 부장판사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헌재가 각하 의견을 밝힐지라도 보충 의견 등을 통해 이번 탄핵에 대한 헌재의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 기각이나 인용이 아니라 법적 효과는 없는 보충 의견이지만 그 상징성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임성근 부장판사는 법무법인 세창과 해인, 평산, 민주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탄핵심판을 준비 중이다. 임성근 부장판사의 탄핵이 결정되자 임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17기) 140여 명이 “탄핵돼야 할 사람은 임성근 판사가 아니라 바로 김명수 대법원장”이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이를 주도한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세창 소속이다.
내부 단속도 문제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법원 내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분위기 단속을 위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2월 19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임성근 부장판사 사표 반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글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신이 정치권 눈치를 보며 정치권 움직임을 염두에 둔 발언과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강하게 항변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의 사직의사 수리 여부에 대한 결정은 관련법규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었을 뿐,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정치권과의 교감이나 부적절한 정치적 고려를 하여 사법의 독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자진사퇴 여부에 대해선 “헌법적 사명을 다하겠다”는 말로 선을 분명히 그었다.
또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19일 오후 거짓해명 논란 등과 관련해 사과했다. 그는 법원 내부망을 통해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드린 일이 있었다”며 “부주의한 답변으로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