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구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한 1인 음식점 전경. 사진=현지 언론인 제공
2018년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결혼 적령기 성인 중 싱글인 인구는 2억 4000만 명이다. 이 중 7700만 명이 혼자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엔 1인 가구가 920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결혼은 줄어들고 이혼은 늘어나고 있어 그 수는 폭증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싱글 인구가 4억 명 시대가 될 것으로 본다. 이는 출산율 저하라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학자 리인허는 ‘싱글’ 열풍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결혼이라는 무거운 짐과 번거로운 관계보다는 싱글이 가장 즐거운 시간으로 여겨진다. 여자는 결혼이 아니고선 독립하기 어려웠지만, 이젠 남녀가 평등해졌다. 혼자서도 헬스, 요가, 여행, 고양이 키우기 등등 할 일이 많다. 자기의 삶을 이상적으로 만들기 위해 굳이 연애나 결혼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우려스럽다고 입을 모으지만 정작 싱글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사회학자 치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과거엔 결혼을 체면 때문에 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다. 결혼을 해야 인생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완성했다고 여긴다”면서 “결혼에 대한 관념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이전 세대와 요즘은 체험한 교육과 사회 환경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젊은이들, 싱글 사이에선 ‘사귀는 사람 있어’ ‘언제 결혼해’ ‘애는 언제 낳지’를 ‘영혼을 파괴하는 3대 질문’으로 꼽고 이에 대답하는 내용들이 화제를 모았다. 한 20대 네티즌은 “어릴 때는 불꽃놀이와 세뱃돈만 있으면 설 연휴가 완벽했다. 하지만 결혼 적령기의 청년으로선 전혀 그렇지 않다. 결혼을 재촉당하지 않는 게 설날 최고의 행복”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진행된 단체 결혼식 장면. 사진=연합뉴스
인터넷 게시판 등에 올라온 ‘설날 3대 질문 대답 가이드’에 따르면 우선 가장 1차적인 대응법은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이다. ‘결혼 따윈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묻지 말라’는 얼굴 표정으로 말이다. 특히 세뱃돈을 넉넉하게 ‘뿌리면’ 다른 사람들이 감히(?) 결혼 운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 방법은 선제공격이다. 친척들이 모였을 때 결혼 얘기가 나올 만한 낌새를 챘을 때 써야 한다. 주로 이모와 삼촌을 공격하는 게 좋다. “이모, 이리 와서 앉아요. 그런데 애들은 어디에다 집을 구했어요? 평당 얼마예요?” “삼촌, 물 한잔 마셔요. 이번에 연말 보너스는 얼마나 받았죠?” 등과 같은 질문 공세를 퍼부으면 된다.
최고수는 ‘셀프디스형’이다. “이러다 평생 진짜 못 하는 거 아닐까” “내가 정말 싫다” 등과 같은 말을 해보면 친척들이 오히려 위로를 해준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금 빚이 좀 있는데 이것을 갚기 전에는 결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돈 좀 빌려 줄래요”와 같은 질문도 효과 만점이다.
1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소비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한 전자상거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용 미니 전자레인지는 970% 판매가 늘었다. 미니 세탁기 630%, 1인용 샤브샤브 기계 200% 등이다.
탕촨 국금소비연구센터장은 “독신층들은 가계의 경제적 부담 없이 소비하는 것, 자신의 의사에 의해 주도되는 것, 자기 자신을 소비하는 것, 만족이 최우선”이라면서 “이런 방대한 집단의 새로운 소비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온라인 마켓이 발표한 ‘2020년 6대 음식 트렌드’는 1인식, 보양식, 원산지, 게으른 인스턴트식품, 헬스장, 크로스오버였다. 이 중 1인식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늘었다.
펑파이뉴스는 이를 ‘싱글노믹스’라고 했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가게에 진열된 상품 규격은 예전과는 다르다. 과거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큰 포장 상품을 선호했지만, 이젠 작으면 작을수록 더 잘 팔린다. 즉석 1인분 음식, 앙증맞은 가전, 이동식 미니 노래방, 원룸형 외식 음식점까지 갈수록 작아지는 상품의 시장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동산업체들도 싱글들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내놓고 있다. 소형 아파트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고, 이에 따른 소형 인테리어가 인기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