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전날 KRX 금시장에서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48% 내린 6만 3900원에 마감했다.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종가 기준으로 작년 4월 6일 6만 378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역대 최고가인 지난해 7월 28일의 8만 100원에 비교하면 20.22% 떨어졌다.
국내 금값이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사진=이종현 기자
금 가격 약세는 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값과 반비례 관계인 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은 위험자산과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의 선호가 위험성을 가진 자산으로 쏠려 주식값이 강세를 보인 것도 금값 약세로 이어졌다.
최근 금리 상승세에 속도가 붙고 달러화 약세가 주춤해 내림세를 보이기도 했다. 금은 이자가 없어서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의 관심이 줄어들어 가격이 내려간다. 또 보완재 성격의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가 올라도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금값에 영향을 주는 국제 금값도 17일(현지시간) 기준 지난해 6월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금값 약세는 최근 ‘디지털 금’이라고도 불리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급등세와 대비돼 더욱 두드러진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가격이 80%가량 올랐고, 지난 2월 16일 처음으로 5만 달러를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통화완화 정책으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암호화폐가 금을 대신할 새로운 안전자산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암호화폐와 금은 공급이 제한돼 있고, 쉽게 사고팔 수 있으며 금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비트코인 시장 진입을 공식화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금의 대체재로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전통 자산들보다 변동성이 크다. 이 때문에 부를 저장하거나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금협의회(WG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과 암호화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금은 투자 수단인 동시에 소비재이기도 하고, 2000년 이상 동안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