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2010년 9월 ‘4억 명품녀’로 화제가 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2010년 9월 Mnet(엠넷) 리얼리티 프로그램 ‘텐트 인 더 시티’에 출연한 김 씨는 ‘색깔별로 사놓은 고급 명품백’, ‘4억 원짜리 목걸이’, ‘억대 외제 자가용’ 등 자신의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해 화제가 됐고 이후 탈세나 증여세 의혹이 빗발쳤다. 당시 이현동 국세청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씨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계획을 밝히기도 했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과거 Mnet ‘텐트 인 더 시티’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은 4억 명품녀 김 아무개 씨가 최근 시그니엘 갑질의 당사자였다는 게 확인됐다. 사진=‘텐트 인 더 시티’ 방송 화면 캡처
김 씨가 얽힌 모피 절도 사건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세 차례에 걸쳐 서울 시내 백화점을 돌며 모피코트 3벌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12월 6일 송파구 롯데백화점에서도 모피코트를 절도했다. 이 매장에서 가져간 코트는 태그(가격표) 가격이 6900만 원이나 된다. 김 씨는 문제가 되자 이날 훔친 모피코트 값을 결제했다고 전해진다.
김 씨는 다음날인 12월 7일 서대문구의 한 백화점을 찾았고 30분 넘게 상담 받은 뒤 매장을 떠났다고 알려졌다. 김 씨가 떠난 후 모피가 사라진 사실을 알아챈 직원은 “명품을 걸쳐 VIP 고객인 줄 알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날 가져간 모피코트는 태그 가격이 3800만 원이었다.
서대문구 절도 당시 옷을 훔친 김 씨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 올라간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과정이 CCTV에 찍히기도 했다. 최근 일요신문은 서대문구 해당 점포를 방문해 당시 상황에 대해 질문했지만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김 씨는 모피 절도 사건을 두고 “약을 복용하고 있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답변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에도 강남구의 한 백화점에서 모피코트를 훔쳤으며 영등포구 한 백화점에서는 모피코트를 훔치려다 적발됐다. 김 씨는 절도가 적발되면 “사려고 했다”면서 값을 결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업계에선 지난해 모피코트만 노리는 여성도둑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CCTV에 찍힌 김 씨 사진이 백화점들에 뿌려지기도 했다. 1월 12일 서울송파경찰서는 김 씨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씨는 약물에 취해 벌인 일이라고 했지만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약에 취해 코트를 가져갔다면 약이 깬 뒤 곧바로 매장에 돌려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해명과 달리 김 씨가 이 물건들을 되팔려고 했던 정황이 나왔다. 김 씨 지인 이 아무개 씨는 “김 씨가 내게 해당 모피들을 팔기 위해 카카오톡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이 씨가 제공한 대화 내용을 보면 김 씨는 정확히 6900여 만 원, 3800여 만 원에 모피를 팔려고 하고 있었다.
대화 속에서 김 씨는 이 씨에게 모피와 가격표를 보여주면서 “가격은 무조건 백화점보다 싸게 넘기겠다. 가격표도 다 있다”고 말했다. 사진으로 찍어 보내준 모피와 가격표도 6900여 만 원, 3800여 만 원으로 김 씨가 훔쳤다고 알려진 브랜드와 가격이 일치했다. 대화 내용을 두고 김 씨는 “이 씨가 제보한 카카오톡 메시지는 조작됐다”고 말했다. ‘조작됐다면 김 씨가 갖고 있던 모피 사진과 가격표를 이 씨가 어떻게 갖게 된 거냐’고 묻자 김 씨는 “이 씨가 휴대전화를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김 씨가 자신에게 모피를 판매하기 위해 이 사진들을 보냈다고 했다. 사진=김 씨 지인이었던 이 씨 제공
김 씨의 절도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유명 여자 프로골프 선수 A 씨와 김 씨가 여러 송사로 갈등을 빚고 있다. 미녀 프로골퍼로 유명한 A 씨와 김 씨는 친했던 사이로 알려졌다. 2020년 10월 A 씨는 김 씨가 주거 침입을 해서 에르메스 버킨백을 가져갔다며 절도 혐의로 고소했다. 1월 28일 A 씨가 김 씨를 고소한 사건을 두고 서울중앙지법은 김 씨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김 씨가 단골이었다는 한 주얼리 업체 대표 B 씨도 김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김 씨가 단골이었는데 외상 대금이 늘어났다. 외상을 결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씨가 새 상품 2억 2000만 원, 중고상품 7500만 원인 까르티에 시계를 지인에게 팔아주겠다고 하고 가져갔다. 김 씨는 안심시키기 위해 에르메스 가방을 맡겨 놨다. 그런데 김 씨가 이 시계를 잃어버렸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알고 보니 에르메스 가방도 가품이었다”고 황당해 했다. 김 씨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관련 송사를 모르는 B 씨 친구 C 씨가 “김 씨가 판다고 하는 시계가 있는데 정품인지 궁금하다”며 사진을 보여줬다. 알고 보니 C 씨는 B 씨 친구이기도 했지만 김 씨 지인이기도 했고 시계 감정을 위해 친구를 찾아왔던 것이다. B 씨는 “사진으로 감정해보니 김 씨가 C 씨에게 판다는 시계도 가품이었다”고 말했다. B 씨는 친구 C 씨에게 “2억짜리 까르티에 시계를 사고 싶다고 김 씨에게 말해봐라”라고 했다. C 씨가 똑같이 말하자 김 씨는 ‘해당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며 사진을 보내줬다.
2월 14일 C 씨는 김 씨에게 해당 제품을 거래하고 싶다며 제품을 갖고 식당으로 오라고 했다. 그 자리에는 B 씨와 경찰이 대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장을 덮치려고 하자 그 자리에서 김 씨는 옷 안으로 시계를 순식간에 숨겼고 경찰도 어찌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해 김 씨는 반대로 설명했다. 김 씨는 “시계는 잃어버린 게 맞다. B 씨와 C 씨가 나를 속이려는 걸 알고 일부러 만나자고 했고 빈 박스를 들고 있었다. 경찰이 옷 수색을 다 했다”고 답변했다.
B 씨는 “경찰이 김 씨가 C 씨에게 판매하기 위해 보낸 까르티에 시계 사진 정보가 당초 김 씨가 잃어버렸다고 했던 시간인 10월보다 한참 최근인 1월 중순인 걸 따져 물었다. 김 씨는 “최근 휴대전화를 교체하면서 사진 정보가 바뀐 것 같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B 씨는 “김 씨가 찍은 사진에 김 씨 집 바닥이 보인다. 김 씨는 집으로 시계를 갖고 갔다고 한 적이 없다”면서 “애초 사진 시간 정보는 사진을 찍은 시간이 기록된다. 김 씨 말은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부분의 주장은 허위 사실이다. 이미 18일 경찰에 가서 허위 사실임을 증명했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