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의 이어지는 갈등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봉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청와대 제공
그간 기재부와 민주당은 4차 재난지원금 규모를 놓고 엇박자를 내왔다. 민주당은 4차 지원금을 위한 추경 규모가 최소 20조 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기재부는 재정 여력을 고려해 12조 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추경 편성에서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밝히자마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SNS를 통해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 같은 파열음에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당과 생각이 똑같을 수는 없지만, 사각지대가 최소화되는 재해 지원책이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에서도 한편으로는 재정 여건을 감안해 달라”며 ‘재정부담’을 우려하는 기재부의 입장을 살펴달라는 취지로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민주당이 각종 지원책을 마련한 것 등을 언급하며 “역대 가장 좋은 성과를 낸 당정청이라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처럼 우리 당이 대표와 지도부를 중심으로 잘 단합하고 당정청이 활발한 논의로 한마음을 만들어가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때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거듭 당정 화합을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 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기재부에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그런 문 대통령이 약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 민주당에 힘을 실어준 것을 두고 직접 당정 간 갈등 봉합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당정의 대립구도가 장기화하면 민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야권이 당정 갈등을 부각하며 여론전에 나서면서 4‧7 재보궐선거 표심까지 흔들릴 수 있기에 문 대통령이 수습을 시도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19일 간담회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정 간 이견이 절제돼 알려지는 게 좋다는 취지의 말씀과 논의가 있었다”며 “특히 감정적 표현이나 그와 유사한 이견 노출은 자제되는 게 맞다는 취지의 공감도 있었다”고 문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