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이 자신이 12년 전 폭행했던 박철우 한국전력 선수에게 사과하고 잔여 경기에 출장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KB손보 배구단은 20일 “이 감독이 2020-2021 V리그 잔여 경기 자진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상열 감독은 “과거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박철우 선수에게 깊은 상처를 준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고 사죄하는 마음”이라며 “시즌 마지막 중요한 시기에 배구 팬들과 구단, 선수들에게도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KB손보 배구단에 잔여 경기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 감독은 오는 2월 21일 6라운드 첫 경기인 OK금융그룹과의 경기부터 출장하지 않는다.
2009년 폭행 당한 박철우 선수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이상열 감독은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의 학교 폭력 사건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나는 (가해) 경험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있다”면서 “인과응보라는 게 있더라. 나 역시 우리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우 선수는 이 감독의 인터뷰를 접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글을 남겼다. 박 선수는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OK금융그룹과 경기에서 이긴 다음 인터뷰에서 작심 발언을 했다.
박 선수는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다 더 이상 숨고 싶지 않다”며 “그분이 감독이 되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너무 힘들었는데 경기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정말 쉽지 않았다. 사과를 바라지 않았다. 처벌을 원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발언을 하고 싶었다. 정당화되는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