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가 2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참석해 2020년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다가 과로사로 사망한 고 장덕준 씨의 유가족에게 사과하면서도 장 씨의 업무가 과중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오전 10시 환노위 청문회가 시작한 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먼저 조셉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를 증인석에 불러 세웠다. 임 의원은 장덕준 씨를 언급하며 “쿠팡은 고인의 산재 인정 과정에서 유족이 요청한 7개 서류 가운데 4개를 제공하지 않았다.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냈다. 유족은 산재 신청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다”며 “4개월 만에 산재가 인정되자 사과를 했다”고 꼬집었다.
조셉 대표는 “근로자들이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 있어 의료 전문가의 소견이 필요했다. 의료 전문가의 조사를 위해 자료를 제공했고,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고 답했다.
임종성 의원이 쿠팡이 근로복지공단에 높은 비율로 근로자의 산재 불인정 의견을 내왔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에 따르면 2020년 쿠팡은 근로자의 산업 재해 신청에 28.5% 비율로 산재 불인정 의견을 냈다. 2020년 전체 사업장의 산재 불인정 의견 제출 비율은 8.5%였다. 또 쿠팡이 산재 불인정 의견을 낸 산재 신청 건 가운데 산재 불승인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임 의원이 “산재 인정 건수를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하자 조셉 대표는 이에 “(지적한 사항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관련 직원들을 잘 지원해서 근로자들이 산재 승인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진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선 조셉 대표는 고 장덕준 씨 유가족에게 사과하면서도 장 씨의 과중한 업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강 의원은 “쿠팡은 장 씨가 일한 물류센터 7층의 업무 강도가 가장 낮다고 주장해왔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셉 대표는 “고인과 유족께 깊이 사과한다. 이 상황이 끔찍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물량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제품이 어느 층으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고 장덕준 씨 어머니 박미숙 씨는 청문회에 앞서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에게 편지를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조셉 대표는 “조사 결과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조사에 대해선 존중한다”며 “조사 결과를 통해 나온 정보를 바탕으로 근로 환경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문회 시작에 앞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 장덕준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가 쓴 편지를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에게 전달했다. 박 씨는 편지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까지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산업재해로 인정이 되면 회사는 좀 달라질까? 라는 기대로 4개월을 버텼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산업재해 인정 판정 후에도 판정 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라도 저희의 분한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박 씨는 “과연 쿠팡 속에 근로자의 안전은 있습니까? 고객을 바라보며 그런 세상을 만드는 쿠팡이라는 회사 속에 과연 함께 일하는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한 노력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네요”라며 “인간이 물건보다 더 못한 대우를 받는 곳, 고객만을 바라보는 회사로 인해 근로자들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없는 곳, 이런 곳에서 제 아들 덕준이와 같은 많은 가족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또 박 씨는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 회사에 다니게 하고 그만두게 하지 못한 부모로서의 죄책감에 잠을 잘 수도 없고 아픔조차도 사치가 되어 버린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남은 가족들의 뼈저린 후회를 아실까요?”라며 “아들이 사망하기 전인 2020년 10월 11일로 시간을 돌리고 싶은 이 간절한 소망을...부디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고통을 다른 가족들은 겪지 않게 이제는 여기서 멈추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오전 청문회 질의를 마치고 나온 조셉 대표에게 장 씨 어머니의 편지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조셉 대표는 답하지 않았다. 조셉 대표의 변호사는 “편지는 읽었다. 다만 굉장히 압박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어떤 말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