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22일 정치권의 ‘백신 접종 공방’에 대해 “양쪽 가만히 있어 주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중앙예방접종센터를 준비 중인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과 국립중앙의료원의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오는 26일 첫 접종이 시작되는 아스트라제네카를 두고 여야는 “문재인 대통령 먼저”, “국민 먼저”라며 공세를 주고받고 있다. 이 교수는 이날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하며 “뭐 하는 짓들이냐”며 이처럼 말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백신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 일은 자제해 주시고, 순조로운 접종을 위해 사회 각계 모두가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처음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그는 지난 19일 ‘아스트라제네카, 대통령이 먼저 맞아야 불신 없앨 수 있다’라는 글을 올렸다. 유 전 의원은 “아스트라제네카 1번 접종을 대통령부터 하시라”며 “2번 접종은 보건복지부 장관, 식약처장, 질병청장이 솔선수범하라”고 말했다.
이에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20일 “국가원수가 실험 대상인가. 얼라(어린 아이)보다 못한 헛소리로 칭얼대지 마시라”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22일에도 유 전 의원을 향해 “그렇게 국민 건강이 걱정되면 괜히 대통령에게 시비 걸지 말고 나와 함께 백신을 먼저 맞자”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괜히 대통령에 시비 걸지 말고 나와 함께 백신을 먼저 맞자”라고 제안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국민의힘 전략실장인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일 “백신이 안전하다면 대통령의 1호 접종은 오히려 청와대가 나서서 추진할 텐데 대통령이 실험 대상이 아니라며 발끈하는 정 의원의 헛소리야말로 스스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위험성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 의원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러면 국민은 실험 대상이냐? 아스트라제네카를 막 맞춰도 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만약 대통령께서 먼저 백신을 맞겠다고 했으면 의료진과 방역 종사자들이 더 위험하고 시급한데 대통령 몸부터 챙기느냐, 이런 비난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경협 의원은 유 전 의원을 겨냥해 “대선 후보까지 했다는 분이 최소한의 격에 맞는 말씀을 하셔야 된다”며 “이런 백신 접종의 불신을 조장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라고 일갈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