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사진=연합뉴스
국회 정보위원회는 2월 22일 국회에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박지원 국정원장과 이러한 내용이 오갔다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국민의힘 하태경 간사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정보위가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에 보고를 요구한 자료는 △2009년 12월 16일 작성된 ‘민정수석실,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신상자료 관리 협조 요청’ 보고서 △‘사찰성 정보’를 수집 생산·배포한 조직 관련 사항 일체 △기준일 이후 사찰 대상자 수 및 문건 수, 사찰 방법 △18·19대 국회의원 및 광역·지방의회 의원 신상자료 명단 및 목록 △청와대 보고 건수 및 보고서 △예산 사용 내역 등이다.
김병기 간사는 “국정원이 자료를 찾아 성실하게 모두 제공하겠다고 답변을 했다. 일단 국정원이 적극적인 소명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한 뒤 추가로 위원회를 개최하든지 해서 자료를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3분의 2 찬성으로 의결해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국정원법 15조 2항에는 정보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국정원장에게 특정 사안에 대한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여당에서는 이번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유력주자인 박형준 예비후보의 사찰 연관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박형준 예비후보는 이명박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맡은 바 있다. 김병기 간사는 “박형준 전 정무수석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는 없었지만, 국정원이 생산한 보고서가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 국무총리실로 배포된 흔적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태경 간사는 “박형준 전 수석이 불법 사찰 문건을 직접 보고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배포처에는 정무수석실이 기재된 것(자료)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불법 사찰과 관련해 김병기 간사는 “2005년 (임동원·신건) 국정원장과 차장 1명이 구속된 뒤 정화작업이 있다가 2009년 12월부터 다시 사찰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며 “특별하게 보고된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태경 간사는 “18대 국회의원 한두 사람의 문건을 확인했는데 박정희 정권부터 박근혜 정부 때까지의 모든 정보가 기재돼 있었다. DJ·노무현 정부 때 내용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지난번과 오늘 보고를 통해 종합적으로 내린 결론은 국정원이 60년 흑역사를 공명정대하게 청산하는 게 아니라 선택적 편파적으로 청산하려고 하면서 신종 정치 개입을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DJ 때는 사찰이 없었다고 하고 노무현 정부 때는 개인 일탈이었다는 식으로 ‘진보정부는 깨끗하고 보수정부는 더럽다’식의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며 “얼마 전에 국정원의 정치관여 금지법이 통과됐지만, 법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국정원이 새로운 방식의 정치개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 간사는 “앞으로 정보 공개를 요구할 때 여야가 합의한 뒤 공개해야 하는데 건건이 공개하기 시작하면 선택적·정치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여야가 국정원 60년 흑역사 정보공개에 대한 총론적 합의를 하고, 특별법으로 법안화 된 뒤 체계적으로 정보공개를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굉장히 크다”고 주장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