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가 당기고 쑤시며 저리고 쥐어짜는 듯이 아프고, 특히 밤만 되면 통증 정도가 매우 심해지면 하지불안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이미지 제공=온종합병원
[부산=일요신문] 4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밤마다 격심한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잠을 못 들게 하는 주된 원인은 종아리 통증이다. 늘 종아리가 당기고 쑤시며 저리고 쥐어짜는 듯이 아프고, 특히 밤만 되면 통증 정도가 매우 심해진다. 바늘로 찌르는 듯 따끔따끔한 통증도 힘들었지만, 마치 징그러운 벌레가 종아리를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을 참기 어렵다.
견디다 못한 그는 제 살 속을 파고든 벌레를 잡아내기라도 할 요량으로 살점이 떨어져 나갈 만큼 손으로 세게 꼬집기도 한다. 계속되는 통증과 벌레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려고 종아리의 여린 피부를 빨래집게로 집기도 한다고 하소연한다.
A씨는 견디다 못해 주변 지인들에게 증상을 털어놨더니 하지정맥류라며 흉부외과 진료를 권했으나, 신경과 전문의로부터 뜻밖에도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등 휴식 중에 다리에 근질거리는 이상 감각과 초조함이 느껴지고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질환을 의미한다. 특히 밤에 이 증상이 심해져 대부분 수면 장애까지 겪게 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의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관련 의료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도파민 생성엔 철(Fe)이 필요하므로, 철분 부족도 원인으로 여겨진다. 다리에 충분하지 못한 혈액 공급, 말초 신경증과 같은 신경 손상, 당뇨병, 빈혈, 신장병, 전립선염 및 방광염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 후기에도 종종 하지불안증후군이 나타난다.
이 질병의 주 증상은 직장인 A씨가 겪는 것과 같다. 대개 하지에서 나타나지만 무릎 위 상지, 어깨뿐만 아니라, 예외적으로는 코끝에도 증상이 있을 수 있다. 가만히 쉬고 있으면 더 심해지므로 조금씩 움직이거나 통증 부위를 주물러 주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된다.
세계 하지불안증후군 연구회에서는 이 질병을 진단하는데 고려해야 하는 5가지 증상을 제시하고 있다.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강한 충동이 든다. 심할 땐 팔까지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움직이지 않을 때 증상이 더 심하다’, ‘가볍게 걸을 때 증상이 완화된다’, ‘저녁이나 밤에 증상이 더 나빠진다’, ‘앞선 증상들이 다른 내과적, 행동 이상으로만 설명되지 않아야 한다’ 등이다.
치료는 중증 정도에 따라 다르다. 가벼운 증상엔 약물 치료보다는, 발·다리 마사지, 족욕, 가벼운 운동 등 비 약물적인 치료가 효과적이다. 빈번하게 증상이 나타나고 수면 장애까지 동반되는 중증엔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의 진단을 받고 철분제제, 도파민제제 등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개 1∼2주 내에 증상이 호전되지만, 장기 복용 시 악화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반드시 해당전문의와 상의한 후에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온종합병원 신경과 하상욱 과장은 “하지불안증후군 치료를 위해서는 수면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므로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면서 “특히 수면을 방해하는 커피, 녹차 등의 카페인 음료는 가급적 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 과장은 또 피로와 스트레스 관리는 물론 담배나 술도 하지불안증후군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하고, 다리가 따뜻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 되므로 추운 환경은 가급적으로 피하라고 강조했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