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은 ‘박진영 PD’라는 이름으로 작품집을 구상하며 트로트 가수 요요미를 첫 번째 파트너로 낙점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친 ‘촌스러운 사랑노래’는 2월 10일 음원으로 정식 발매됐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누가 누가 만났나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끌며 K팝 시장의 정점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은 ‘박진영 PD’라는 이름으로 작품집을 구상하며 트롯 가수 요요미를 첫 번째 파트너로 낙점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친 ‘촌스러운 사랑노래’는 2월 10일 음원으로 정식 발매됐다.
‘박진영 PD’는 박진영이 작사, 작곡, 편곡을 맡고 JYP 소속이 아닌 가수들이 노래하는 형식의 작곡가 프로젝트다. 그동안 박진영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왔지만 트롯 가수와 손을 잡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박진영은 미국의 컨트리 음악과 한국의 트롯을 합친 ‘컨트롯(Controt)’ 장르라 명명했다.
둘의 만남은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K팝 음악에 몰두하던 박진영 특유의 서정적이고 감성적 멜로디를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고, 선배 가수 혜은이와 심수봉의 음색과 외모를 닮았다는 요요미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였다.
박진영은 신곡을 녹음하며 “요요미는 참 좋은 아이다. 이야기(곡 티칭)한 것들을 다 너무 열심히 준비해왔다. 기대 이상”이라며 “녹음 소요 시간을 3시간으로 예상했는데 50분 만에 끝났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2020년 ‘깡 신드롬’과 함께 다시 주목받은 가수 겸 배우 비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최근 전 세계 134개국에 동시 출시한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의 테마곡인 ‘수호신’을 함께 불렀다. ‘너와 내가 만나는 희망적인 그 순간을 감동적으로 표현한다’는 콘셉트를 가진 이 노래는 장르의 벽을 허문 비와 조수미의 목소리가 화합을 이루며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 측은 “‘수호신’의 뮤직비디오는 ‘유니버스’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첫 출발점을 찾아 빛을 향해 떠나는 판타지적 스토리텔링, 아름다운 영상미가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바 있다. K컬처의 선두주자인 두 아티스트가 조우한 만큼 조수미와 비의 시너지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수 겸 배우 비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최근 전 세계 134개국에 동시 출시한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의 테마곡인 ‘수호신’을 함께 불렀다. 사진=‘수호신’ 녹음실 스포일러 영상 캡처
K팝 그룹들 역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1월에 발매된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미니앨범 ‘아이 번’(burn)에 수록된 ‘한’(寒)에는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이 참여했다. 그동안 국악과 접목시킨 독특한 음악을 해오던 안예은을 눈여겨보던 (여자)아이들의 소연이 먼저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는 좀 더 ‘신선한’ 상대를 골랐다. 그가 1월 발매한 솔로 앨범에 수록된 ‘불면’에는 가수가 아닌 배우 신예은이 피처링 상대로 나섰다. 게다가 그는 ‘불면’ 관련 영상에도 직접 출연했다. 유노윤호는 컴백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신예은이 녹음을 하기 전 자청해서 보컬 레슨을 받았다. 녹음을 하는 3시간 동안 쉬질 않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외에도 가수 겸 배우 박지훈은 오는 3월 4일 가수 이하이, 프로듀서 프라이머리(Primary)와 함께 한 ‘Call U Up’을 발표한다. 히트곡 메이커인 프라이머리가 프로듀싱을 맡고 박지훈과 이하이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이 노래는 발매 전부터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왜 만났나
요즘 컬래버레이션의 특징은 ‘강자’와 ‘강자’의 만남이다. 기존 협업은 신인 가수들이 그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친분이 있는 유명 선배 가수들의 힘을 빌리거나, 반대로 인지도 높은 뮤지션들이 실력 있는 동료들을 발굴하는 차원에서 협업하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요즘은 혼자서도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고 있고, 능히 준수한 음원 성적을 낼 수 있는 가수들이 과감히 힘을 합치고 있다.
이런 컬래버레이션은 만남 자체로 화제를 모은다.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팬덤 외 대중들의 관심 또한 상승한다. 홍보 면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게다가 두 가수의 팬덤이 포개지기 때문에 음원 발표 직후 이를 찾아 듣는 이들의 화력 또한 강력해진다.
그동안 각 가수들은 개인, 혹은 소속 기획사 별로 정체성을 지키는 데 힘을 쏟았다.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트렌드가 빨리 변하고 대중이 쉽게 싫증을 느끼는 세태 속에서 ‘섬싱 뉴’(Something new)를 보여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SM엔터테인먼트가 ‘SM스테이션’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타 소속사 가수들과 꾸준히 소통해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컬래버레이션 릴레이를 강화시켰다. 감염 전파의 위험으로 오프라인 콘서트 및 팬 미팅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듣는 음악’이 강세를 보였고, 새로운 ‘들을 거리’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협업은 효과적이다. 결국 퍼포먼스를 앞세우던 K팝 그룹들도 듣는 음원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는 가수들을 찾게 됐고, 컬래버레이션이 새로운 ‘윈-윈’(win-win) 전략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