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신세계그룹 이마트와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추신수 선수가 미국 텍사스 자신의 집에서 한국행 결심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
[일요신문] 메이저리그에서 16시즌을 뛴 추신수가 마침내 KBO리그 무대에 선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금 137만 달러를 받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그가 2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2월 23일 신세계그룹은 메이저리그 FA 신분인 추신수와 연봉 27억 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중 10억 원은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기 결정했고 구체적인 사회공헌활동은 구단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2007년 4월 2일 SK 와이번스에 의해 해외파 특별지명 대상이 된 추신수는 14년 만에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그룹과 인연을 맺게 됐다.
추신수가 한국행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야구하는 두 아들과 초등학생인 딸,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오랜 시간을 떨어져 지내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운명을 믿었다. 최근까지 메이저리그 7,8개 팀에서 크고 작은 규모의 영입 제안이 있었지만 계속 기다려달라고 말했던 것도 신세계그룹의 적극적인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미국 텍사스 주 사우스레이크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일요신문 유튜브 채널인 썸타임즈<이영미 MLB 라이브>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자신한테 세 가지 옵션이 있었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가족들을 위해 은퇴하는 것, 두 번째는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 세 번째가 한국행이었다는 설명이다.
추신수가 신세계행을 결정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이는 아내 하원미 씨다. 하 씨는 며칠 동안 고민을 거듭하는 남편에게 “부모님 손을 잡고 시작한 야구, 부모님 앞에서 멋지게 다시 보여 달라”며 응원을 보냈다. 자신은 세 아이들을 잘 보살피며 지낼 테니 KBO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말로 남편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 다음은 추신수가 한국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안녕하세요. 추신수입니다.
아무리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야구를 보는 시각에, 또 야구선수 추신수를 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에서 고맙게도 저에 대한 좋은 평가를 전했고, 제가 거부하기 어려운 좋은 조건을 제안해준 팀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추신수 야구 인생의 새로운 챕터에 어떤 모멘트를 갖고 가야 할지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마음이 한국 야구, KBO리그로 향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제 생각과 신세계 그룹의 방향성과 정성이 맞아 떨어지면서 제가 20년 만에 다시 한국 야구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신세계 그룹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 야구의 끝이 어디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SK-신세계’라는 팀을 통해 제가 할 수 있는 야구를 최대한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싶습니다.
설레는 마음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약속보다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야구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다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곧 한국에서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미국 텍사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