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연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백신을 먼저 접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지도부. 사진=박은숙 기자
#국민의힘 “대통령 먼저 백신 접종”
국민의힘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두고 안전성을 입증할 수 없다며 ‘대통령 솔선수범’을 요구하고 있다. 오신환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내에서도 한 방송사가 일부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거부한다는 보도를 내보내면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 ‘국민 불신을 덜기 위해 문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 식약처장, 질병관리청장 등이 접종에 앞장서라’는 의견을 냈다. 해외 사례에 비추어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제안”이라고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정부 차원에서 누가 어떻게 1차 접종을 해서 국민을 안심시킬지는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며 ‘대통령 우선 접종’을 압박했다. 하태경 의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는 국민은 조선시대 기미상궁이라도 되는가”라며 “대통령이 못 맞을 백신이라면 국민에게도 맞히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의 이어지는 공세에 더불어민주당은 “먼저 맞겠다”며 백신 우선 접종을 자처하고 나섰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사진=박은숙 기자
#민주당 “믿지 못하겠다면 먼저 맞겠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먼저”를 앞세워 문재인 대통령을 코너로 몰아갈 요량이었지만, 상황이 오히려 머쓱하게 됐다. 국민의힘 의도와 다르게 민주당과 문 대통령이 “먼저 맞겠다”며 우선 접종 대상을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백신 개발 전부터 ‘필요하면 먼저 맞겠다’는 서약을 했다”며 “야당은 백신 접종을 끊임없이 정쟁화하는 방역 방해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고민정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백신 접종은 원칙대로, 순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접종 대상자들 가운데 백신을 맞겠다는 사람이 약 93%다. 대통령을 끌어들여 마치 불안감에 접종하지 못하는 것처럼 정쟁화시켜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그럼에도 백신을 믿지 못하겠다면 저라도 먼저 맞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우선 접종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2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문 대통령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먼저 접종하라고 촉구한 데 대해 “국민적 불신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