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P디스크로 가득 메워진 바. 60~80년대 우리나라에서 발매된 앨범은 거의 다 있다. |
‘골목’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문화골목은 보통의 골목과 다르다. 우리가 아는 골목은 담벼락이 좌우로 길게 늘어서 있고 미로처럼 동네 안으로 구불구불 뻗어나가는 길. 반면 이곳은 ‘길’이 아니라 ‘공간’에 초점을 둔 곳이다. 큰 길에서 갈라진 세 개의 좁은 길들이 조용히 다가와 만나는 마당과 같은 하나의 공간, 그것이 바로 문화골목이다.
한 줄 설명만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 골목은 부산 남구 대연3동 경성대 앞에 있다. 진짜 골목처럼 으슥한 곳에 숨어 있기 때문일까. 이정표가 잘 갖춰지지 않은 현재로선 찾기가 그다지 쉽지 않고, 부산 사람들조차 그 존재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실제로 문화골목이 있는 경성대 근처까지 가서 그 위치를 묻자 태반이 “어데요?” 하고 되물을 정도였다. 문화골목은 부산지하철 경성대·부경대역과 가깝다. 약 5분 거리다. 지하철역 1번 출구로 나와서 KT대연지점을 끼고 남쪽으로 두 블록을 걸어가면, 좌전방 50m 지점에 문화골목 주 출입구가 보인다.
문화골목은 오래된 단독주택을 고쳐 공연장과 공방, 갤러리, 카페, 민속주점 등으로 리모델링한 복합공간이다. 다만 골목이라는 키워드를 쓴 것답게 이곳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추억의 옛 물건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맑고 경쾌한 학교종, 모서리가 부서진 책걸상, 병아리를 가두어 키우던 어리, 불을 피울 때 쓰던 풍구, 수도가 보급되기 전에 물을 퍼 올리던 펌프, 페달을 밟아야만 소리가 나는 풍금 따위가 그리운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문화골목은 네 채의 집으로 이루어졌다. 두 채는 벽을 허물어 하나가 되었다. 나머지 두 집들도 구름다리 등으로 연결돼 있다. 어떻게 보자면 이 네 채의 집은 하나의 건물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구름다리를 건너다니며 각 건물을 둘러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공간의 통합과 분할이 아주 창조적으로 이뤄진 이 문화골목은 최윤식 씨(53)의 작품이다. 부산 APEC 정상회의장 실내 인테리어를 담당한 건축가다. 그는 언제 헐어버려도 이상할 것 없는 낡은 집 네 채를 문화골목이라는 재치 넘치는 작품으로 승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08 부산다운 건축상’을 수상했다. 부수는 것보다 고쳐서 다시 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깨웠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샀다.
문화골목에는 이름도 참 재미있는 공연장과 갤러리, 공방, 찻집, 민속주점, 라이브카페, 와인바 등이 들어서 있다. 특히 이름으로 주목을 끄는 곳은 공연장 ‘용천지랄’과 라이브카페 ‘노가다’다. 용천지랄은 꼴사납게 법석을 떨거나 분별없이 행동하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우리말이다. 공연장에서 맘껏 놀아보라는 의미에서 그리 붙였다. 노가다는 막일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노가다(老歌多), 즉 흘러간 노래가 많다는 의미다. 노가다에는 60~80년대 우리나라에서 발매된 가요 LP판이 거의 다 있다. 그 수만도 8000여 장에 이른다. 옛날 노래가 듣고 싶다면 이곳이 정답이다.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신청곡을 써내면 원하는 곡을 틀어준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부산지하철 경성대·부경대역 1번 출구로 나와 KT대연지점 끼고 두 블록을 간 후 왼쪽을 보면 문화골목 주출입구가 보인다. ▲길잡이: 문화골목 051-6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