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임의사를 밝혔다. 2016년 3월 인천시에서 열린 ‘2016 한국타이어 체험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조현식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조현식 부회장은 24일 고려대 이한상 교수를 한국앤컴퍼니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제안하는 주주서한을 공개하면서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주주서한을 통해 “최근까지 우리 회사가 여러 이유로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본의든 아니든 창업주 후손이자 회사의 대주주들이 일치단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대표이사이자 대주주 중 한 명으로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이 교수를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모시는 것으로 대표이사로서 마지막 소임을 다하고 사임하고자 한다”며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조금이나마 부응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이로써 경영권 분쟁 논란도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현식 부회장은 이한상 교수의 이사 선임 안건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지난 5일 이사회에 공식 제출했다. 이 교수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을 포함한 한국앤컴퍼니의 주총 안건 최종 결정은 25일 이뤄진다. 오는 3월 말 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조 부회장은 “이 교수 추천은 회사의 미래지향적인 거버넌스와 주주가치 제고에 큰 초석을 다지고자 대표이사직을 걸고 드리는 진심 어린 제안이며, 이에 주주의 탁월한 선택과 지지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일가의 갈등은 지난해 6월 3세 중 막내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이 시간외대량매매로 조양래 회장의 지분 23.59%를 모두 인수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42.90%로 늘리면서 시작됐다. 장남인 조현식 대표(19.32%)와 장녀 조희경 이사장(0.83%), 차녀 조희원 씨(10.82%) 3명의 지분을 모두 더해도 30.97%여서 사실상 차남 조현범 사장으로 경영 승계가 정해진 것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한 달 뒤인 지난해 7월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아버지가 건강한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서울가정법원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현식 부회장도 조양래 회장의 뜻에 반발하는 입장문을 내고,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내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형제간 갈등 구도가 선명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7일 한국앤컴퍼니(당시 한국테크놀로지그룹)는 조현범 사장을 지주사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계열사인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흡수 합병해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을 선언했다. 이후 조현식 부회장의 단독대표체제에서 조현식·조현범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돼왔다. 이날 조현식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한국앤컴퍼니는 조현범 대표체제로 변경될 전망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