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지은은 카카오TV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 쿨하고 도회적인 오선영 캐릭터로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 한지은이 맡았던 오선영은 사랑했던 전 연인 강건(류경수 분)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며 끝내 완전한 작별을 맞이했다. 강건을 사랑하지만 그의 주변을 맴돌고 일상에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 연인이 아닌 이성친구)들로 점점 신뢰가 깨지면서 결국 믿음이 없는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고 내렸던 결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숱하게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면서도 서로를 놓지 못했던 이들 커플을 보며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기도 했다.
“여사친이라는 문제가 참… 어렵죠. 만일 한지은으로서 강건의 여친이었다면 저도 선영이처럼 좋아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여사친이라는 존재가 무조건 문제라는 게 아니라, 제가 생각했을 때 이건 신뢰의 문제거든요. 저도 질투심이 있는 편이라 속으로는 무조건 질투가 날 거예요(웃음).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는 건 최대한 절제하려고 하죠. 이해하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편이지만 남친이 그만큼 제게 평소에 얼마나 신뢰를 줬는지, 서로 간에 얼마나 믿음이 쌓였는지, 여사친에게 어느 정도로 선을 잘 지키는지 등의 기준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아요. 남녀 간의 우정은… 저도 남사친들이 있어서 이런 지점들은 참 경계선이 모호하긴 한데 그냥 가끔 만나서 밥 한 끼 먹는 정도는 괜찮을 거 같아요. 그런데 둘이 먹는 건(웃음)….”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마지막까지 현실 연애의 이면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공감의 깊이가 다른 ‘인생 로맨스’를 완성해 내 호평을 받았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제까지 제가 해보지 않은 캐릭터여서 더 도전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멜로가 체질’이나 ‘꼰대 인턴’에서는 친근하고 귀여운 캐릭터였지만 선영이는 참 세련되고 도회적이고, 강한 느낌이잖아요. 겉으로는 강하고 쿨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여리고 생각도 많으면서 외로움도 많이 타는, 오히려 좀 불안정한 내면이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이 저와 닮아있어서 공감이 많이 됐죠. 선영이는 남친하고 헤어졌을 때 ‘내가 선물로 줬던 거 다 벗어!’하면서 다 받아와서 버리잖아요(웃음). 그런 부분이 저랑은 달랐어요. 저는 (선물로 준 건) 본인들의 소유물이니 각자 활용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거든요. 한편으론 그런 행동도 ‘나 좀 사랑해줘’란 마음을 그런 방법으로 표현한 건 아니었을까 싶어요(웃음).”
오선영에게 공감할수록 그가 결국 이별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결말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별을 택하는 엔딩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시청자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일으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로맨스라고 해서 마냥 꽉 닫힌 해피엔딩만이 정답일 수는 없다는 게 한지은이 내린 ‘도시남녀의 사랑법’ 결말의 해석이었다.
‘여사친’ 문제로 헤어졌던 오선영-강건 커플에 대해 한지은은 “저 역시 선영이처럼 (여사친 문제를)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사진=카카오TV 제공
이처럼 현실적인 사랑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끔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시 사랑이란 게 로맨스 영화처럼 늘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삶의 진리를 깨달은 나이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올해로 서른네 살이 된 한지은은 이제까지 삶을 살아오면서 또 달리 느낀 진리에 대해 “무조건 앞만 바라보지 않고, 그 순간을 만족하는 삶을 즐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앞으로 남은 자신의 30대를 “최대한 재미있게 보낼 것”이라고 덧붙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원래 저는 어렸을 때 목표지향적인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의 행복도 행복이지만 그걸 제가 온전히 느끼는 것보다는 ‘내일 어떻게 하지, 내일 뭐 하지, 내년엔 어떻게 돼 있을까’ 그 앞을 바라보며 달려왔어요. 그러다 보니 막상 그 시점이 됐을 때 현실과 괴리가 생기면 제게 좌절로 다가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오늘 하루하루를 최대한 재미있게, 내 자신이 원하는 게 뭘까에 집중하는 삶을 살기 시작하니 오히려 예기치 못한 일들도 계속 생기고, 제가 소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돼 있더라고요. 그런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남은 30대도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하루하루 재미있고 제게 집중하는 삶을 살지 않을까 싶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