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이종현 기자
차기 선호도를 묻는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의 가장 큰 변수는 당내 여론이다. 이 지사는 여권 주류인 친문계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계는 제3후보론, 13룡 등판론, 경선 연기론 등을 띄우며 이 지사를 흔들고 있다.
그러자 이 지사를 둘러싼 탈당설이 고개를 들었다. 탈당설에 대해 이 지사는 2월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 사전에 탈당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지사는 “정치 입문한 뒤 단 한 번도 탈당한 일이 없다”면서 “여러 이유로 내 탈당을 바라는 분이 많이 있는 걸 알고 있다. 그분들께서 말씀하는 내 잘못과 부족한 점은 온전히 귀담아듣고 고쳐 나가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민주당 없이는 이재명도 없고, 이재명의 염원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가 탈당설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선 ‘이재명 축출’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1월 권리당원 게시판에선 ‘이재명 출당을 위한 권리당원 투표’라는 제목으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권리당원 중 95% 정도가 이 지사 출당에 찬성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에 대한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금은 이 지사가 탈당설에 대해 강력하게 선을 그었으나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선택의 시간도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탈당설의 무게감도 지금은 그리 무겁지 않지만 대선 시계가 돌아가면서 정치권 메인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 지사 인기가 높아지면서 더불어민주당 분열 가능성이 제기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여권 내부에선 이 지사가 탈당할 경우 ‘이재명당’이 만들어져 여권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아직 정치권 입성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임준선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극심한 갈등을 겪으며 야권 유력 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검찰총장은 아직 정치권 진출 의사를 명확히 표명한 적이 없다. 그러나 윤 총장의 정치권 입성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로 취급되는 양상이다. 보수 야권 일각에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이후 윤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중심으로 ‘제3지대 연합정당’이 탄생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윤석열당 창당 가능성이 제기되는 셈이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유력 차기 대권주자 두 명 모두 ‘신당 창당설’이란 소문에 한 다리씩 걸치는 그림이 연출되는 흐름이다. 앞서 언급했던 이른바 ‘1정당 1정권’ 징크스가 회자된 것도 이 때문이다.
야권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제가 5년 단임제로 개편된 뒤 같은 당명으로 재집권한 정당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는데 흐름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이 지사 축출 움직임과 물밑에서 꿈틀대는 윤 총장 측근 움직임이 다시 한번 ‘1정당 1집권’ 징크스를 떠오르게 한다”고 귀띔했다.
징크스의 시작은 노태우 정부에서부터 시작한다. 노태우 정부를 출범시킨 집권 여당은 제5공화국 시절 집권 여당인 민정당이었다. 노태우 정부 집권 이후 ‘3당 합당’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집권여당은 민자당이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자당 소속으로 14대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집권 여당은 다시 한번 간판을 갈았다. 신한국당이 출범했다.
15대 대선에서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김대중 정부 수립 이후 집권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도 개명 작업을 거쳤다. 새정치국민회의는 새천년민주당으로 탈바꿈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간판을 달고 16대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집권 여당 수난시대는 이어졌다. 새천년민주당이 분열하면서 열린우리당이 사실상의 집권 여당 역할을 하게 됐다.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모두 재집권에 실패했다. 17대 대선에선 당시 거대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한나라당은 전신 신한국당에서 개명 작업을 거친 뒤 10여 년 만에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집권 이후 한나라당도 간판을 갈아야 했다.
18대 대선 한나라당 명맥을 잇는 보수 정당 이름은 새누리당으로 바뀌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해 문재인 대통령을 꺾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새누리당은 원만한 흐름을 이어갔다. 징크스가 깨질 수도 있다는 여론이 새누리당 내부에서 형성됐다. 기대감이 무너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더불어 2017년 국정농단 스캔들이 터지면서 새누리당은 무너졌다.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꿔달았지만, 재집권에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등 여러 차례 개명을 거쳐 출범한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을 배출했다. 탄핵 정국에서 펼쳐진 19대 대선 승자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집권 내내 안정적인 지지세를 보이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180석 거대 여당으로 진화했다.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작은 균열이 생기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혹시나”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장면. 사진=박은숙 기자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이후 내내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론 갈등을 유발할 만한 폭탄을 굉장히 많이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여러 전국 선거에서 연승 행진을 펼치다 완전히 무너진 새누리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더불어민주당이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도 그런 건재함을 과시하다 갑자기 무너졌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설사 무사히 재집권에 도전하는 경우라도, 문 대통령 레임덕 속에서 당 간판을 바꾸려는 시도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대선 이전 당명을 교체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도 “하지만 당명을 바꾸는 데에 당 내부적인 갈등이나 균열이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신 교수는 “결국 당명을 바꾸는 것에 있어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당의 비호감도”라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안정적인 지지율을 과시하고 있지만, 동시에 비호감도 또한 같이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여지껏 집권 여당이 당명을 교체하는 이유가 당내 균열이었던 적은 없었다”면서 “만약 당명을 바꾸는 경우라면, 높은 비호감도를 상쇄하는 이미지 쇄신 차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