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판매한 라임펀드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손실액의 40~80%선에서 배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처
24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판매한 라임펀드 사례를 안건으로 올린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배상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분조위는 “적합성 원칙 및 설명 의무 위반에 대해 기존 분쟁사례와 같은 30%를 적용하고 본점 차원의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을 고려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각각 25%, 20%의 손해배상을 가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기본배상배율은 각각 55%, 50%로 결정됐다. 이 기준에 따라 투자자는 40~80%, 법인은 30~80%선에서 배상배율을 정할 수 있다.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 여부, 투자자의 투자 경험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예를 들어 투자 경험이 없는 고령 투자자에게 라임펀드를 팔았다면 최종배상비율은 오르고, 법인투자자나 경험이 풍부한 투자자들의 배상비율은 소폭 줄어드는 식이다.
향후 라임 관련 수사나 재판 결과에 따라 계약 취소 등으로 배상비율이 재조정될 수 있다. 조정 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지면 환매 연기로 미상환된 2989억 원(1590계좌)에 대한 피해 구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본배상비율은 전날 열린 분쟁조정위에 올라간 3건의 불완전 판매 사례 조정 과정에서 책정됐다. 금감원 분조위는 라임 펀드 가입 당시 ‘원금 보장’을 강조하고 시력이 나빠 서류도 제대로 읽지 못한 80대 초고령자에게 위험상품을 판매한 사례는 원금의 78% 배상을 권고했다. 또 안전상품을 원하는 소기업을 ‘공격투자형’ 투자자로 임의로 작성해 초고위험상품을 판매한 사례는 68%를, 투자 경험이 없고 정기예금을 추천해 달라고 한 60대 은퇴자를 ‘위험중립형’ 투자자로 임의로 작성하고 투자대상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은 사례는 65%를 배상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손실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추정손해액을 기준으로 배상을 하는 사후정산 방식의 분쟁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펀드는 환매나 청산으로 손해가 확정돼야 손해배상을 할 수 있지만 신속한 피해자 구제를 위해 이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말 KB증권에 대해 이 같은 방식의 분조위가 열렸다. 이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동의해 은행권 처음으로 분조위 절차가 개시됐다.
분조위 배상 결정에는 법적 강제성이 없다. 분조위 책정에 대해 조정 신청인과 은행 양측이 20일 안에 모두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다만 업계에선 은행들이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두 은행이 사후 정산 방식으로 미확정 손실 분쟁을 조정하기로 한데다 분조위가 권고한 배상 비율을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어서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오는 25일 라임펀드 판매 관련 제재심을 앞두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라임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중징계(직무정지)를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은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하고 있지만 지난해 5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금융거래자의 피해에 대한 충분한 배상 등 피해 회복 노력 여부’가 제재 양정 시 참작 사유로 추가된 점이 변수다. 앞서 분쟁조정에 응한 KB증권은 기본배상비율이 60%로 정해진 후 이를 수용했고, 박정림 대표의 징계 수위가 직무정지에서 문책경고로 낮아졌다.
이번 분조위 안을 받아들여 손실 미확정 펀드까지 분쟁조정이 마무리되면 우리은행이 판매한 라임펀드는 피해구제가 모두 완료된다. 분쟁조정을 총괄하는 금감원 소비자보호처는 오는 25일 열리는 제재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해당 기관의 소비자 보호 조치와 피해 구제 노력에 대해 의견을 밝힐 방침이라 우리은행이 분조위 권고를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173개 펀드(1조 6700억 원)의 환매 연기로 개인 4035명, 법인 581곳이 투자 손실을 냈다. 라임자산운용은 등록이 취소됐고 펀드는 회수절차를 위해 설립된 웰브릿지자산운용으로 이관됐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