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가 최근 네이버와 유니버설뮤직그룹 등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플랫폼 확장에 나선 가운데 실적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빅히트 일반 공모 청약이 이뤄졌던 지난해 10월 5일 여의도 한 증권사 영업점의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역대 최고 실적과 ‘위버스’ 성장에 치솟는 기대감
빅히트는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1424억 원을 기록해 전년(987억 원)보다 44% 증가했다고 2월 23일 밝혔다. 매출은 7963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 늘었고, 순이익도 862억 원으로 19%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공연 실적은 급감했으나, 앨범 판매량과 온라인 공연, 공식 상품(MD) 및 라이선싱 수익성이 커진 덕분이다.
앨범 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6% 성장한 3206억 원을 기록했다. BTS와 세븐틴, 여자친구,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엔하이픈 등 빅히트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는 가온차트 기준 지난해 총 1322만 장의 앨범을 판매하며 한국 시장 음반 판매 점유율 33%를 차지했다. 굿즈 등 MD와 소속 가수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라이선싱 매출은 25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 늘었다. 온라인 콘서트와 다큐멘터리, 예능 등을 통한 콘텐츠 매출도 71% 증가한 1335억 원을 기록했다.
플랫폼 부문도 성장세다. 팬과 가수가 포스팅과 댓글을 통해 소통하고, 공연 티켓과 영상, 굿즈 등을 판매하는 엔터플랫폼 ‘위버스’에는 빅히트 레이블 소속가수 외에도 타 소속사 씨엘과 선미, 헨리 등이 속속 입점하면서 빅히트의 플랫폼이 아닌 케이팝 가수들이 모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결과 위버스를 통한 결제금액이 지난해 1분기 3310억 원에서 4분기 1조 650억 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기에 최근 네이버가 빅히트의 자회사이자 위버스 운영사인 비엔엑스에 투자해 지분 49%를 보유하고, 네이버의 브이라이브와 위버스를 통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빅히트의 플랫폼 역량은 한층 커질 전망이 나온다.
온라인 콘서트도 성장 동력이다. 빅히트는 지난해 5월 미국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인 키스위와 업무협약을 맺고 위버스를 통해 두 차례의 온라인 공연을 펼쳤다. 이 공연에서 키스위는 고화질 고음질의 멀티뷰 공연 영상을 오랜 시간에도 끊김 없이 송출하고, 라이브 채팅과 응원봉 연동 등 다채로운 공연 기술을 선보였다. 위버스도 공연부터 결제, 관람, 공식 상품 구매까지 한 번에 가능한 비즈니스를 실현해냈다.
최근 YG엔터테인먼트(YG)와 유니버설뮤직그룹(UMG)가 빅히트, 키스위에 투자키로 하면서 시장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빅히트가 지난해 9월 키스위와 설립한 합작법인 ‘KBYK라이브’에 YG와 UMG가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앞으로 이들 소속사 가수들도 KBYK라이브의 라이브 스트리밍 콘서트 플랫폼과 위버스를 통해 온라인 콘서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빅히트는 UMG와 함께 미국 오디션을 통해 글로벌 보이그룹을 데뷔시키겠다는 합작 프로젝트 계획도 내놓았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실적이 좋았고, 브이라이브와 위버스의 통합은 빅히트가 단순 엔터사가 아닌 플랫폼사임을 입증했다. UMG, YG와 손잡은 것도 글로벌 아티스트들을 지속적으로 입점시킨다는 빅히트의 플랫폼 전략의 일환으로, 위버스를 데일리 플랫폼으로 고도화하는 작업”이라며 “UMG와 합작 프로젝트까지 따내며 엔터사로서 가능성도 보여줬다”고 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도 “빅히트는 BTS와 위버스를 통해 한국과 일본 위주 아이돌 팬덤 문화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글로벌 아티스트 시장에서 아직 아티스트 관련 상품 판매는 중요한 비즈니스가 아님에도 빅히트가 과거 월드투어 당시 팝업스토어를 열어 굿즈 판매를 흥행시킨 점도 기대 요인”이라고 했다.
BTS 맴버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지난해 2월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사진=일요신문DB
#성과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의 투자업계 관계자는 “브이라이브와 위버스의 통합까지는 1년이 걸릴 테고, 변수나 이해관계 차이로 더 지연될 수 있다. 통합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며 “케이팝 시장에서 굿즈 같은 부가수익을 창출해내는 비즈니스가 테일러 스위프트 등 미국 아티스트들에서도 유의미하게 실현될 수 있는지도 지켜볼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버스가 단순 온라인 공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세계 최대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사인 미국 라이브네이션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현 주가는 지난해 호실적과 네이버 및 UMG와 제휴 등 모든 호재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1분기 실적 하락이 점쳐지고 있어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빅히트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2월 17일 24만 9000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빅히트 상장 당시와 맞먹는 가격을 기록했으나, 이후 점차 하락하더니 2월 24일 21만 1000원으로 떨어졌다.
김현용 연구원은 “올해 1분기는 전 분기 대비 활동량이 적기에 실적 급감이 불가피하다. 단기 실적에 대한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가 나올 수 있다”며 “다만 2분기부터 BTS, 세븐틴, TXT 등 주력 아티스트의 국내 앨범 컴백 가능성이 높아 실적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기에 1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 조정이 온다면 피하기보단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빅히트에 대한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주가 거품 논란의 핵심인 ‘BTS 같은 가수를 또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굿즈를 만들고 팬과 소통하는 플랫폼에서의 이익은 엔터사의 부가수익일 뿐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 육성 능력이다. BTS 소식 하나에 주가가 출렁거리지 않도록 BTS를 뒤이을 글로벌 스타를 키워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견이다.
투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UMG와 손잡은 것은 BTS만으론 성장 동력이 부족하고, 여자친구 등 다른 아이돌그룹을 인수했지만 대형가수로 만들어내기에 자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느낀 데 따른 것으로 BTS 영향력이 살아있을 때 글로벌 기업과 함께 제2 제3의 BTS를 만들어내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엔터업계는 가수 수명이 짧고 부정 이슈 하나에도 휘청거리기에 BTS 하나에 의존한다면 현 주가는 거품일 수밖에 없다. 다른 글로벌 스타를 발굴해내야 하는데 빅히트는 BTS 외 나머지 그룹에서는 특출한 육성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회의적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