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의사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의사 출신 정치인들도 각자 입장에 따라 소신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일요신문DB, 이용빈 의원 페이스북.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9일 살인, 성범죄 등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개정안을 의결했다.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해당 법안을 ‘면허강탈법’이라고 규정하며 즉각 반발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신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서 “2014년 제가 의협 대변인으로 바라보던 국회의 모습이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국민들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했고 환자 중심의 의료시스템 개선을 더욱 더 요구하고 있다”며 “의료계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국민 입장에서도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에서 인정하는 법정단체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의견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의협에 대해 “국민소통방안 증진을 위한 의협의 조직 강화를 고민해야 한다”며 “국회와의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법안이 통과하고 사후 결과를 가지고 비난하거나 비판한다면 국민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 섞인 시각을 보였다.
의사 출신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대집 회장은 국민들께 사과하고 국민의 편에 설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백신 접종을 앞둔)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서 의사단체가 의료법 개정안을 이유로 방역과 백신 접종사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놓고 흥정을 하겠다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의사협회 대표로서 경솔하고 가벼운 처신이다. 신중하지 못했다. 최대집 회장의 신중치 못한 처신은 국민들로 하여금 의사들이 국민생명과 안전에는 관심 없고 밥그릇 챙기는 데만 급급하다는 잘못된 인식만 심어줄 뿐”이라고 질타했다.
이용빈 의원은 이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겁박하는 식으로는 문제 해결보다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최대집 회장은 여기서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려 하지 말고, 코로나 방역과 백신 접종 비협조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들께 정중히 사과하고 오직 국민의 편에 서라”고 요구했다.
안철수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는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시기가 부적절하다며 국회를 비판했다. 안 후보는 24일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 스마트팜 업체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창 코로나19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고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데 왜 이 시기에 이런 것을 급하게 통과해야 하는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의료법 개정의 기본적 방향에 대해서는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종들의 자격 요건에 있어 형평성이 맞아야 해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여러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서도 의료사고를 포함해 조금 더 이야기할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정부와 의사협회의 대화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