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75.11포인트(2.45%) 내린 2994.98에 거래를 마쳐 3000선이 무너졌다. 사진=연합뉴스
2021년 증시가 연초부터 인플레이션 ‘쇼크(shock)’다. 코스피 3000선을 무너뜨렸을 정도다. 지난해 연말부터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에 한껏 달아올랐던 증시가 장기금리 상승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다. 출발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백신으로 경제봉쇄가 풀리면 산업생산이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바탕이다.
헤지펀드 등이 산업수요 회복과 실물자산 투자를 통한 인플레이션 헤지를 노리고 막대한 유동성을 원자재 시장에 투입하면서 투기적 가격 상승이 발생했다. 물가를 가장 자극하는 유가 상승이 장기금리 상승을 더욱 부채질했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가격이 하락한다. 그동안 채권금리 하락(가격상승)으로 수익을 냈던 큰손들이 투매를 하면서 금리는 더욱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1.4%포인트(p)에 육박하고, 우리나라 10년 만기 국고채도 2018년 이후 2년여 만에 2% 진입을 눈앞에 둘 정도다.
보통 금리가 낮아지면 자금 조달비용이 줄어 투자가 늘고 경기가 개선된다. 기업 이익이 늘고 임금이 상승하면 자산가격도 오르지만 통화량이 늘어 인플레이션 위험도 커져 장기채권 금리가 오른다. 중앙은행은 물가안정과 경기과열 방지를 위해 단기금리인 기준금리를 올리게 된다.
지난 12년간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단기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 지표인 장기금리는 좀처럼 오르지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한때 금리 정상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자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까지 벌어졌다. 경기가 덜 살아난 상황에서 긴축정책이 펼쳐진 결과다. 이후 다시 금리를 낮췄지만 좀처럼 장기금리는 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통화정책에도 꿈쩍하지 않던 장기금리가 코로나19로 재정지출이 늘면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기금리는 여전히 ‘제로(0)’수준이다. 중앙은행이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시장의 관심은 중앙은행이 단기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 제동장치를 가동할지 여부다.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현재의 장기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개선에 대한 낙관론이 바탕”이라는 진단을 내놓으며 긴축 전환 가능성을 일축했다.
연준이 섣부른 긴축을 자제한다면, 금리상승이 부채 위험을 촉발해 금융시장에 대충격을 줄 가능성은 낮아진다. 최적의 긴축 전환 시점은 경제가 충분히 살아나 그동안 늘었던 부채를 자체적으로 줄일 수 있을 때다. 현재 4% 수준인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이 6~7%까지 오를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통화정책 변수를 중립으로 두게 되면 중요한 것은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괴리가 얼마나 벌어졌느냐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이다. 실물 대비 자산가격이 고평가됐다는 이들이 많으면 차익실현 수요가 늘어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다. 코로나19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이 상반기 선진국에서 형성되고, 재정 중심의 경기부양이 실물경제를 부양할 것이란 기대가 탄탄하다면 가격 조정 후 반등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1조 9000억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큰 우리와 달리 소비가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이 임금상승, 즉 달러 소비 여력이 확대된다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다. 미국의 소비는 다른 나라의 생산과 수출확대를 의미한다.
한편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주요 20개국(G20)의 경제가 5.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전망치 4.9%에서 0.4%p 상향했다. 내년 성장률전망도 3.8%에서 4.5%로 올렸다.
특히 한국을 포함해 선진 10개국의 올해 성장률은 4.2%로 유지하면서 내년 성장률은 3.2%에서 4.2%로 크게 올렸다. 선진국 가운데 미국만 올해 전망치를 4.2%에서 4.7%로 상향했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 3.9%에서 5.0%로 대폭 올려 잡았다.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기존 11월 전망치 3.1%와 2.8%를 각각 유지했다.
무디스는 “경기부양책으로 미국이 올해와 내년 글로벌 서비스 수요 회복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와 경제 연관성이 높은 중국이 7.5%(11월 7.0%) 성장하는 것을 비롯해 인도가 13.9%(11월 8.6%)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