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네이버·쿠팡 양강 체제로 구축되고 있는 가운데 3강 진출을 노리는 대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이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쇼핑과 쿠팡의 거래액은 각각 27조 원, 22조 원에 달한다. 시장점유율은 네이버쇼핑 17%, 쿠팡 13%다. 이용자는 네이버쇼핑 2000만 명(스마트스토어 결제자 수), 쿠팡 1485만 명(활성고객 수)이다. 지난해 쿠팡과 네이버쇼핑 매출은 2019년보다 30% 이상 성장했다. 산업자원부가 조사한 온라인 유통업체 12곳의 평균치 18.4%를 2배 이상 웃돈다. 경쟁사인 이베이코리아(14%)와 11번가(2.8%)의 성장률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 것과 대조된다.
네이버와 쿠팡은 협업과 기업공개(IPO·상장)를 통해 양강 체제 굳히기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네이버는 국내 물류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 지분을 맞교환하며 약점으로 꼽혔던 배송·물류망을 확보했다.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쿠팡은 상장을 통해 강점으로 꼽힌 물류를 더욱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3강’을 꿈꾸는 경쟁사 대기업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11번가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부터 국내 이륜 배달대행업 바로고까지 손을 맞잡고 있다. 지난 2월 22일 11번가는 바로고의 제3자 배정 상환전환우선주(RCPS) 신주 약 250억 원 규모(7.2%)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11번가는 이태권 대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에 이은 3대 주주로 올라섰다.
11번가는 바로고의 거리 물류망, 도심 거점 물류 등을 활용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바로고는 전국 1000개 지사와 5만 명의 라이더, 10만 명의 등록 상점주를 보유했다. 바로고의 지난해 거래액은 2조 9165억 원으로 전년보다 166% 증가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강자인 GS리테일은 온라인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슈퍼 사업부인 GS더프레시는 2019년 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부진 점포 35개를 정리했다. 오는 7월에는 GS샵과의 합병을 통해 온·오프라인 시장을 통합하고, 풀필먼트 및 라스트마일 등 배송서비스를 개발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합병을 앞두고 공동 상품 기획, 판매 채널 확대를 통해 시너지 점검에 나섰다.
지난해 SSG닷컴의 매출과 거래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자체 물류센터와 이마트 점포를 활용해 추후 네이버·쿠팡에 이은 이커머스 3강으로 자리매김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일요신문DB
‘3강’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눈에 띄는 것은 성장세. 지난해 신세계그룹 SSG닷컴의 매출은 전년보다 53% 증가한 1조 2941억 원을 기록했다. 거래액(GMV)도 3조 92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물류센터와 배송망 구축에 투자해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본 셈이다. SSG닷컴은 전용 물류창고 ‘네오001~003’ 3곳에서 물류를 처리하는 동시에 이마트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141개 이마트 점포 중 PP(피킹&패킹)센터를 구축한 점포가 110여 개에 달하고 추후 더 확대할 예정이다. 2023년까지 거래액 10조 원 달성이 목표다.
신세계그룹은 총수부터 나서 올해 SSG닷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이사와 함께 네이버 본사를 찾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글로벌투자책임자)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를 만났다. 이커머스 분야 협력 방안부터 양사 보유 채널과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상품수도 확대할 계획이다. 쿠팡과 지마켓은 상품 수가 각각 2억 개, 1억 개에 달하지만, SSG닷컴의 상품 수는 1000만여 개에 불과하다. SSG닷컴은 개인사업자도 상품을 등록 판매할 수 있도록 ‘오픈마켓’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만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 오픈마켓인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업체는 41만 개에 달한다.
티몬은 지난 2월 19일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3050억 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티몬은 연내 상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티몬은 2017년 누적적자로 인해 상장이 무산된 바 있다. 이진원 티몬 대표는 “티몬의 경쟁력과 향후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성공적으로 투자 유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자본결손금을 정리하고 하반기 성공적인 IPO를 위해 구체화해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걸림돌로 작용한 누적적자를 상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티몬의 최대 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엑시트(Exit·투자 회수)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베이는 이베이코리아 매각과 관련 최근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투자안내서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는 2001년 옥션과 2009년 지마켓 등을 인수해 오픈마켓을 운영했다. 2009년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이 86%에 달할 정도로 독보적 존재였다. 하지만 2010년 쿠팡, 티몬, 위메프 등이 등장하면서 과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잃었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은 12%로 네이버, 쿠팡에 밀린 3위를 기록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10년 만에 시장의 지위가 뒤바뀔 정도로 업계 경쟁이 치열하고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이베이 미국 본사도 코로나19로 기업 가치가 평가가 높을 때가 매각을 통한 엑시트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