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선수(인천 신세계)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미국 댈러스공항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
추신수가 운동을 이어가는 동안 아이들이 아빠를 찾았다.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이가 막내딸 소희 양이었다. 세 아이들 중 가장 이른 시간에 등교하는 소희 양은 아빠와 포옹을 나누며 “아빠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쿨’하게 그곳을 떠났다.
오전 7시 큰아들 무빈 군이 웨이트트레이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평상시처럼 아빠와 함께 운동하고 캐치볼을 하면서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둘째 건우 군은 운동을 마친 아빠와 현관에서 만나 포옹을 나눴다. 평소 아빠가 마시는 커피를 직접 내려주곤 했던 건우 군은 커피 머신 앞에서 아빠한테 영상 메시지를 남기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여리고 착한 심성인데다 아빠와 야구하는 걸 좋아했던 터라 건우 군으로선 아빠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 아이들과 슬픈 인사를 나눈 추신수는 아내 하원미 씨와 함께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추신수가 한국으로 챙겨가는 짐은 모두 7개. 야구 방망이, 스파이크, 장갑 등 야구용품 관련 가방이 3개, 나머지는 생활 물품들이라고 한다.
공항에서 모든 짐을 부친 후 아내의 손을 잡고 잠시 대화를 나누던 추신수와 출국 전 공항에서 인터뷰를 나눴다.
―진짜 가시네요.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나요. 그냥 미국에 있는 다른 도시 가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짐 부칠 때 보니까 짐이 너무 많아서 ‘아, 한국 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직까지도 ‘이 시기에 한국을?’ 거의 20년 만에 이 시기에 가는 거니까요. 아마 (인천)공항 도착해서 게이트 문이 열리면 그때 와 닿을 것 같아요.”
―한국행 발표가 난 다음 많은 연락과 축하를 받았다고 들었어요.
“다들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해주셨더라고요. 텍사스 구단 관계자들도 있었고, 이전 팀 직원들도 연락했었고요. 축하와 작별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오늘 아이들을 보니까 아빠와의 짧은 이별을 크게 슬퍼하더라고요. 가족들과 헤어지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평생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얼마 안 남았으니까 그런 걸 잘 이해해주리라 믿어요. 가족들은 이런 상황이 처음이잖아요. 아빠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야구하는 상황이요. 한국이라 안심은 되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쉽게 오갈 수 없는 터라 더 슬퍼하는 것 같습니다. 시즌 마치고 몇 개월 동안 집에 머물며 가족들과 보낸 시간들, 추억해야 할 이야기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짧은 시간이지만 헤어지는 게 마음이 아픕니다.”
아내의 격려가 없었다면 한국행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추신수와 아내 하원미 씨. 사진=이영미 기자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며 지내야 하는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 7, 8개월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전에 한국으로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아내의 격려가 없었다면 저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내의 그 한 마디가 제 마음을 움직였고, 큰 힘으로 작용했어요. 가족들이 어떤 슬픔을 갖고 있는지 잘 알기 때문에 한국에서 정말 잘하고 싶어요. 가족들이 한국 야구장에서 제가 야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순간은 힘들지만 시즌이 끝나면 아내가 한 결정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국행 발표 후 인천 신세계 팬들이 엄청난 반응을 보여줬어요.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팬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느끼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요.
“기분 좋았습니다. 신세계 팀 소속 선수로 뛰지만 저는 한국 야구 발전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요. 이전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저로 인해서 야구가 활성화돼 인기를 회복하고 아이들이 더 많이 야구를 접하고 야구 방망이와 공으로 놀이를 즐겼으면 합니다. 코로나19가 사라지고 관중들이 많은 야구장에서 야구하는 걸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신세계와 계약하면서 연봉 중 1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기부는 추신수 선수한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만약 한국 안가고 미국에 있었어도 기부했을 겁니다. 그건 제가 FA가 되면서 아내와 상의 후 가졌던 제 마음 속 조건이었어요. 미국이든 한국이든 좋은 계약이든 나쁜 계약이든 기본적으로 그 정도 액수의 기부를 계획했습니다. 그래서 신세계랑 계약하면서 그걸 제일 먼저 포함시켰던 겁니다.”
인터뷰를 마친 추신수는 아내에게 건강히 잘 지내라는 당부의 말을 남기고 포옹을 마친 후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다. 출국장 안에서 수속을 마친 추신수가 아내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들고 돌아서자 하원미 씨는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 달라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