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 씨 측 변호인은 이날 서울남부지법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안 씨는 반성문에 “아빠 된 도리를 제대로 했더라면 정인이는 살았을 것” “아이가 죽고 나서도 계속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어떤 방법으로도 아이에게 용서를 구할 수 없을 것 같다”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학대를 당해 숨진 정인 양의 양부 안 아무개 씨가 이날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안 씨는 아내인 장 아무개 씨의 학대 사실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안 씨는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저희 가정을 아껴주셨던 주변 분들의 진심어린 걱정들을 왜 그저 편견이나 과도한 관심으로 치부하고 아내 얘기만 듣고 좋게 포장하고 감싸기에만 급급했는지 너무 후회된다”라고 적었다. 그는 “부모로서는커녕 인간으로도 자격 미달”이라고 스스로 자신을 비난하기도 했다.
안 씨의 해명에도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인 양 입양 후 사망하기 전까지 9개월간 아버지로서 한집에서 살았는데 몰랐을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안 씨는 정인 양을 맡았던 어린이집 원장의 “정인이를 병원에 꼭 데려가 달라”는 요청에 “네”라고 답했을 뿐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정인이는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13일 사망했다.
#사망 원인 ‘췌장 절단’…살인죄 추가
정인 양은 지난해 1월 장 씨와 안 씨 부부에게 입양된 후 9개월 뒤 사망했다. 생전의 정인 양 얼굴과 온 몸에선 멍과 큰 상처들이 자주 발견됐다. 지난해 5월부터 총 세 차례에 걸쳐 장 씨와 안 씨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갔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학대 물증을 찾지 못했다며 정식 사건으로 전환하지 않았고 분리 조치도 없었다.
같은 해 12월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를 공개했다. 정인 양의 사인은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막 출혈이었다. 국과수는 췌장 절단 외에도 복수의 장기 손상과 광범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상 7곳과 다수 피하출혈 흔적도 발견됐다.
이후 의모 장 씨는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의부 안 씨는 아동학대 등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검찰은 1회 공판에서 장 씨에 대해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적시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