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그림이 나왔다. 진품으로 확정될 경우 가격이 놀랍다. 3억 달러, 약 3400억 원이란다. 재미있는 것은 이 그림이 헌신짝처럼 방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림의 주인인 뉴욕주 버펄로에 사는 마틴 코버 씨. 그는 그 그림을 걸기도 귀찮아 천에 싸서 소파 뒤에 끼워 두었다. 그런데 그 천덕꾸러기 그림이 미켈란젤로 전문가인 안토니오 포르셀리노에 의해 “진품이 거의 확실하다”고 평가된 것이다.
원래 저 그림은 미켈란젤로가 친구에게 선물한 것인데, 그 후 독일의 한 남작부인에게 팔렸단다. 남작부인은 사망하면서 시녀에게 물려주었는데, 그 시녀가 코버 씨 증조부의 처제였다고 한다. 코버 씨네 집안이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같이 건너온 덕택에 집안에 걸려 있었던 그 그림은 미켈란젤로의 것이라는 사실이 전설처럼 전해지면서 전설로 잊혀지고 있었다는 것! 그걸 코버 씨가 공군에서 전역하면서 한가해지자 진품 확인을 의뢰한 것이다.
은행금고에 보관 중인 이 그림이 진품으로 최종판결이 나면 그림은 더 이상 코버 씨의 집에 있을 수 없지 않겠는가. 그것이 절대반지라는 걸 세상이 알아버렸으니. 몰랐기 때문에 모실 수 있었던 보물은 코버 씨를 벼락부자로 만들고 유유히 자기 길을 갈 것이다.
작품이 공개됐다. 미켈란젤로의 그 유명한 ‘피에타’를 그림으로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 무릎 위에 죽은 예수를 품고 하늘을 향해 뭔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마리아의 슬픔에 찬 표정이 ‘피에타’의 무심한 표정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제목도 피에타가 아니라 ‘예수와 성모 마리아’인 듯하다. 아마도 마리아는 하늘을 향해 항의하고 싶고 통곡하고 싶은 저 적나라한 슬픔을 통과하여 ‘피에타’라는 경건한 슬픔에 도달한 모양이다.
‘피에타’, 경건한 슬픔이다.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표정을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인 아들이 죽었다. 마리아는 아들을 받아 안았다. 통곡할 수도 없고, 원한을 품을 수도 없다. 기원할 수도 없다. 슬픔 속에서 시간이 끊기고 세상이 단절된 것이다.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표정은 그렇게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슬픔도 지극하면 고독이 된다는 걸 보여준 보물 중의 보물!
‘피에타’의 마리아를 생각하니 오버랩 되는 작품이 하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 ‘고려불화 대전’에서 만난 고려시대 아미타 불상이다. 눈을 감고 있는 아마타불 앞에서 나는 오랫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처음에 나는 단아한 참선자세와 부드러운 표정에 끌려 아미타불의 머리와 몸에 여기저기 상처가 있다는 것조차 보지 못했다. 선정에 들어있는 그 평화가 모든 것을 압도한 것이었다.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얼굴, 거기가 세상의 중심이었다.
‘고려불화 대전’은 볼만했다. 단지 그 작품들이 대부분 우리 것이 아니라 빌려온 것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잃어버린 시간들을 안타깝게 했다. 어찌하여 우리는 그 보물들을 잃어버리고 배 주고 배꼽을 빌어먹게 된 것인지.
이주향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