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9일, 금호산업은 박세창 사장이 지분 11만 3770주를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지분율은 0.31%로 의결권에 큰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지만 최초로 금호산업 지분을 사들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박 사장이 금호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잃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금호산업의 실적은 성장세를 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금호산업의 잠정 매출은 2019년 1조 5977억 원에서 2020년 1조 8296억 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은 555억 원에서 812억 원으로 증가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김세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발주량이 공격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금호산업의 수주 저변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3기 신도시의 연내 사전청약이 예정돼있기에 금호산업의 주택 및 건축 수주 성장성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금호고속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어 오너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주차된 금호고속 소속 버스들. 사진=연합뉴스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승객이 급감한 금호고속의 상황은 여의치가 않다. 금호고속은 궁여지책으로 2020년 10월 고속버스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금호익스프레스를 설립했다. 분할 후 금호고속은 금호익스프레스 지분을 담보로 KDB산업은행으로부터 1200억 원을 지원받았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회장은 금호고속 지원에 앞서 “(금호고속은) 사실상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가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산은은 금호고속을 지원하면서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함께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금호고속 매각 계획에 대한 질문에 “금호고속은 실사 마무리 단계고,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실사가 진행 중이라는 정도만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목적이나 진행상황을 하나하나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현재 박삼구 전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금호고속 지분 94.52%를 보유하고 있고, 금호고속은 금호산업 지분 44.56%를 가진 최대주주다. 현 지분구조상 박삼구 전 회장 측이 금호고속을 매각하면 금호산업에 대한 지배력도 잃게 된다. 안 그래도 박삼구 전 회장 측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은 대부분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있다.
일각에서는 금호익스프레스 분할도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측한다. 고속버스 사업을 포기하더라도 금호고속 법인만 지키면 금호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고속버스 업계 한 관계자는 “분할을 한다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 굳이 분할을 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금호익스프레스를 매각해도 금호산업에 대한 오너의 지배력은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금호고속이 밝힌 공식적인 분할 이유는 △전문성 강화 및 경쟁력 제고 △사업 유연성 확보 등이다.
금호그룹은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금호리조트와 광주 유스퀘어(광주종합터미널)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금호리조트의 주주는 금호티앤아이(지분율 48.80%), 아시아나IDT(26.58%), 아시아나에어포트(14.63%), 아시아나세이버(9.99%) 등으로 구성돼 금호고속까지 자금이 유입되기는 어렵다.
금호고속은 2020년 3월 사업목적에 음식업(커피·제과)을 추가하는 등 신사업에도 나서는 듯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전망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고속버스 업계 다른 관계자는 “KTX 등 대체수단 발달로 고속버스 수요가 줄고 있다”며 “특성상 비용절감에 한계가 있으며 요금인상에도 제약이 있어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열사를 동원해 금호고속을 지원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앞서 지난 연말, 금호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경영실이 해체됐고, 금호산업 외에는 제대로 수익을 내는 계열사가 없다. 심지어 금호고속은 부당 지원 의혹을 받고 있다. 2020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금호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금호고속을 지원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3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2월 23일에는 검찰이 금호고속 부당 지원 혐의와 관련해 금호그룹을 압수수색했다.
박세창 사장은 2018년 금호고속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것을 마지막으로 금호고속과 관련한 직위가 없다. 2018년 11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아시아나IDT 신규상장식에 참석한 박세창 사장. 사진=연합뉴스
박세창 사장은 2018년 금호고속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것을 마지막으로 금호고속과 관련한 직위가 없다. 금호산업과 달리 금호고속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세창 사장 측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금호고속의 자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일단 버텨보자는 생각인 듯하다”며 “마찬가지로 산은도 금호고속에 전폭적 지원은 하지 않으면서 코로나19 종식만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세창 사장과 산은 모두 금호고속 지원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피해는 직원들에게로 번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측은 “금호고속의 경우 1년 동안 임금을 30~40% 삭감하고, 200명의 인원감축을 하면서도 체불임금은 늘어가고 있다”며 “고속버스 명절특수도 사라져 코로나19가 끝나기를 바라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노조는 정부에 고속버스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0년 3월, 고용노동부는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항공·해운·전세버스), 공연업 등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지만 시내버스와 고속버스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특별고용지원업종은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90%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이 지원되고, 임금체불 생계비 융자 한도는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금호고속지회 관계자는 “시내버스는 지자체의 지원도 받지만 고속버스가 지자체에 호소하면 국토교통부에 문의하라고만 한다”며 “업계 상황을 보면 금호고속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고 산은과 고용노동부 등 정부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