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 누리꾼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 중 하나인 ‘엉덩이와 자연 속으로(Get Your Ass Into Nature)’는 어떻게 보면 외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엉덩이를 그대로 드러낸 사진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올라온 사진들은 포르노도 아니고, 예술적인 누드 사진집도 아니다. 사진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연 속에서 느끼는 해방감과 자유를 온몸으로 표현하고자 카메라 앞에 선 일반인들이다.
현재 이 계정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자연과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자연과 하나된 인간의 원시적인 모습을 보면서 위로와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엉덩이와 자연 속으로’에 올라오는 모든 사진들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발가벗은 엉덩이, 아름다운 자연 풍광, 그리고 이야기(사연)다.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사진으로 하반신 부분을 트리밍했다.
사진작가이자 미국 몬태나주립대학에 재학 중인 에이단 웰트너가 처음 만든 이 계정의 팔로어 수는 현재 11만 2000명이 넘는다. 이곳에 올라오는 모든 사진들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발가벗은 엉덩이, 아름다운 자연 풍광, 그리고 이야기(사연)다. 실제 사진 속의 인물들은 ‘휘트니산’이나 ‘데스밸리’와 같은 웅장한 자연 앞에서 모두 엉덩이를 내보인 채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치 아담과 이브처럼 벌거벗은 모습으로 자연 속에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자유와 해방감마저 느껴진다. 이 점이야말로 이 계정이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웰트너는 이 계정을 만든 이유에 대해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 속으로 나가도록 북돋고, 남의 눈에서 벗어나서 (물론 의복에서도 벗어나서) 자연과 어울리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가 처음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2015년이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방문해 하이킹을 즐기고 있었다. 마침 친구들이 엉덩이를 깐 채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자 셔터를 눌렀던 그는 이 사진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훗날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엉덩이를 내보인 채 자연 속에 서있는 친구들이 근사하게 느껴졌다는 그는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엉덩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언론들이 나체에 대해 성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우리 몸을 금기시하고, 자유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엉덩이 역시 우리 몸의 일부에 불과한데 너무 성적인 의미를 부여한 까닭에 필요 이상으로 금기시됐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웰트너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회적 문제들과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를테면 자연 속에서 벌거벗는 식으로 말이다. 나 역시 그런 시도를 해본 적이 없었지만 처음 해보고는 ‘이런, 정말 근사한데?’라고 생각했다. 지금 세상은 모든 게 돈과 명예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자연 속으로 나가면 아무도 여러분을 그런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아마 이렇게 해보면 여러분도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의견에 동조한 덕분에 현재 ‘엉덩이와 자연 속으로’는 더 이상 장난이 아닌 하나의 캠페인으로 자리매김했고, 현재 인스타그램에는 이 계정과 비슷한 목적을 가진 아류 계정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웰트너는 ‘데일리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캠페인의 목표에 대해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독성 문화와 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허세로 가득 찬 보여주기식 문화에서 탈피해 진짜 사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많은 인스타그램 계정들이 그렇듯이 업로드를 놓치면 마치 큰일이 날 것처럼 굴거나 질투심을 유발하는 대신 힘께 나누는 인간애를 깨닫게 해주고 평범한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게끔 영감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에서 그는 엉덩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도 덧붙였다. 왜냐하면 엉덩이야말로 가장 ‘평평한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웰트너는 “단지 엉덩이만 보여주도록 하는 것은 매우 의도적인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정면은 자칫하면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앞모습은 엉덩이만 보이는 뒷모습과 달리 저마다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계정이 근래 들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사실 코로나 대유행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코로나 유행 초기 몇 달 동안 사람들은 기존에 인기 있던 여행 인플루언서들에게서 점점 더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행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방랑벽에 대한 갈증이 채워기보다는 질투심과 함께 마치 자신이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만 커져갔다.
사진작가이자 미국 몬태나주립대학에 재학 중인 에이단 웰트너가 처음 만든 이 계정은 팔로어 수가 현재 11만 2000명에 이른다.
예를 들어 한 신청자는 “자가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긍정적으로 지내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2020년이 마치 한평생 계속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나 자신을 지키고 싶었다. 이게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는 동성애자이자 백인 장애인이다. 나는 지금 나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있다. 자연 속에서 내 엉덩이를 드러내 보일 수 있어 감사하다”고 사연을 전했다.
또 어떤 사람은 “아름다움은 어떤 모습으로든 나타난다. 자신에게 기회를 주어라.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발견하기 위해서 말이다”라고 조언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운동에 동참하도록 힘을 실어주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데 대해 웰트너는 “사람들이 ‘내가 공공장소에서 벌거벗는 걸 이렇게 좋아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생에서 가장 활기찬 경험이었고, 여태껏 내가 그렇게 살아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듣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해도 알몸 사진을 올리다 보니 어려움도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런 사진을 음흉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가장 그렇다. 이와 관련, 웰트너는 “특히 매력적인 여성의 사진이 올라오면 다른 게시물에 비해 ‘좋아요’가 서너 배 더 많이 눌린다. 동시에 악플도 많이 달린다”고 말하면서 “처음 의도와 달리 게시물들이 성상품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스타그램의 한 사용자(@plantydropper)는 ‘데일리비스트’에 자신의 경험담에 대해 털어놓았다. 엉덩이 사진이 올라간 뒤 낯선 사람들로부터 “군침이 돈다” “너무 섹시하고 엉덩이가 예쁘다”는 등 부적절한 내용이 담긴 다이렉트 메시지를 수없이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웰트너가 그 사람들을 계정에서 차단시켜주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웰트너는 이런 종류의 나쁜 행동은 게이 남성이나 뚱뚱한 여성의 사진을 올릴 때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댓글은 상처를 주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지적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공유하는 곳을 만드려는 취지가 퇴색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댓글 기능을 해지해버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예 인스타그램을 탈퇴해 계정을 옮길 생각까지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정책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업로드한 사진 일부가 종종 임의로 삭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수 있는 나체 게시물은 모유수유를 하는 사진, 출산이나 건강과 관련된 사진, 시위를 하는 사진 등에 국한돼 있다. 가령 생식기를 노출하거나 여성 유두를 드러내 보일 경우, 또는 항문을 노출하거나 벌거벗은 엉덩이를 클로즈업하는 경우에는 검열에 의해 블라인드 처리된다.
웰트너는 한편으로는 인스타그램의 입장도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스타그램이 가족 친화적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이해한다. 하지만 왜 인간의 몸이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 모두 엉덩이를 갖고 있는데 왜 그게 문제가 되는가”라고 항변했다.
실제 한 사용자도 “이곳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성적인 게시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해방감을 느끼고 자연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라고 두둔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