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2년 더 이끈다. 다섯 번째 연임하는 것으로서 전경련 역대 최장수 회장이 됐다. 사진=일요신문 DB
전경련은 26일 제60회 정기총회를 열고 허창수 현 회장을 제38대 회장으로 재추대했다. 앞서 허 회장은 2011년 33대 회장에 추대된 후 37대까지 4연임했고, 이번이 5연임이다. 1977~1987년 회장을 지낸 고 정주영 회장보다 재임 기간이 긴 전경련 ‘최장수 회장’이다. 전경련 회장의 임기는 2년으로 무제한 연임할 수 있다.
허창수 회장은 이날 정기총회에서 “올해 경기 전반으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한국 경제를 이끄는 경제인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 같다”며 “기업들이 더 많은 일자리와 투자로 사업보국을 실천할 수 있도록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허창수 회장이 오래 맡아온 터라 이번에는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허 회장 역시 2017년과 2019년에 이어 올해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선임 하루 전까지도 후임자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지 않으면서 허 회장의 연임이 점쳐졌다. 재계에 따르면 허 회장과 전경련 측은 후임 회장을 물색했지만 다른 대기업 총수들이 회장직을 고사하는 등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경련이 후임자를 찾지 못하는 배경은 위상 급락이다. 한때 재계를 대표하는 국내 최고의 경제단체였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후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탈퇴로 입지가 크게 줄었다. 특히 이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엔 청와대 공식 행사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경제단체 통합설에도 휩싸였다. 동생 단체 격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통합 제의를 받았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경총 통합설은 꾸준히 나왔지만 이번엔 경총이 ‘흡수’ 성격의 통합을 제안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24일 52회 정기총회 후 “(경제단체 간)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전경련과 경총이 통합해 힘을 강화하고 여러 가지 경제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기 다른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가 입지를 넓히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았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재계 ‘젊은 피’로 꼽히는 정보기술(IT)·금융업체 창업자들을 서울상의 회장단에 대거 합류시켰다. 무역협회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새 수장으로 추대해 퇴직 경제관료들이 회장직을 맡아오던 관례를 깨고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을 수장으로 맞았다.
재계에선 허창수 회장이 이번 연임으로 짊어질 무게가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경련은 최근 탈퇴했던 4대 그룹의 재가입 추진과 한국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정책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단에는 IT기업 총수들의 합류를, 세대교체를 마무리한 2~3세대 경영인들과 접촉도 늘리고 있다. 허창수 회장도 지난 정기총회에서 “올해는 전경련 창립 6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전경련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적극 추진해 재창립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쇄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