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4일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포함되나?
올 3~4월 여성가족부가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의를 거쳐 셧다운제 대상 게임의 범위를 지정하는 고시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가부는 2년마다 평가를 통해 셧다운제 대상 게임의 범위를 지정한다. 현행 셧다운제는 오는 5월 19일 종료된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2011년 도입됐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게임을 할 수 없다.
관건은 모바일 게임의 셧다운제 포함 여부다. 현 셧다운제에는 PC 온라인 게임과 일부 콘솔 게임만 포함됐다. 이용률이 높은 모바일 게임을 규제하지 않아 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이용률(64.2%)이 PC(41.6%), 콘솔(14.6%)보다 높았다. 여가부는 모바일 게임까지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가부 수장들도 매년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2월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셧다운제는 건강한 청소년 성장을 위한 제도로 의미가 있다”며 “모바일 게임으로 범위 확대는 제한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모바일 게임에 대한 셧다운제 검토가 필요한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정옥 전 여가부 장관이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되는 점도 셧다운제 적용 대상·범위 확대의 명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장애(Gaming disorder)’를 포함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권고안으로서 실제 병으로 규정할지는 개별 국가에서 정한다. 당시 한국 정부는 게임장애를 질병에 포함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오는 2022년 1월 WHO의 게임중독 질병 등록이 발효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내년 WHO 게임중독 질병 등록에 앞서 문체부와 함께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지만, 상반기 내에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며 “게임이용장애 실태조사 기획연구,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 게임이용장애 등재 과학적 근거 분석 연구 등 세 가지가 연구 주제”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69%를 차지한 모바일 게임에 선전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일요신문DB
#게임산업 타격 불가피
지난해 모바일 게임은 한국 게임산업을 이끌었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기존의 PC 온라인 매출에 의존하지 않고 해외보다 발 빠르게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했다. 2019년 엔씨소프트는 PC와 모바일을 오가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 ‘퍼플’을 내놨다. 넥슨도 PC와 모바일 사업부를 통합하고 인기 지식재산권(IP)을 모바일로 구현해냈다. 넷마블은 2012년부터 모바일 게임 전환과 글로벌 서비스로의 확장을 본격화했다.
실제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매출의 55.2%가 모바일 게임에서 발생했다.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게임 시장 규모는 17조 93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중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1.4% 늘어난 9조 3926억 원을 기록했다. PC 게임(4조 8779억 원) 매출과 약 2배 차이가 난다.
엔씨소프트는 PC 대표게임 ‘리니지’를 모바일로 출시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 4162억 원, 8248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42%, 72% 성장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각각 8287억 원, 8496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 전체 매출의 69%를 모바일게임이 차지했다. 국내 매출 비중은 83%에 달한다.
지난해 넥슨은 매출 3조 1306억 원, 영업이익 1조 190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모바일 게임 매출이 전년 대비 60% 성장한 것이 주효했다. 2019년 론칭한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V4’가 장기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연달아 출시한 모바일 게임이 모두 대박을 터트렸다. 넥슨의 모바일 게임 매출 비중은 33%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말 넥슨의 시가총액은 국내 게임사 최초로 30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 매출 비중은 56%다.
지난해 넷마블은 매출 2조 4848억 원, 영업이익 272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4%, 34.2% 늘었다.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매출 비중은 90% 이상이다. 눈여겨볼 점은 해외 매출이다. 해외 매출은 1조 7909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72%를 차지한다. 정부 규제로 인한 타격이 제일 적을 전망이다.
셧다운제가 확대되면 모바일 게임·국내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사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2018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PC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9.6% 감소했다. 2011년 말 시행된 셧다운제가 매출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셧다운제의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청소년의 행복추구권과 기본권, 문화 콘텐츠 이용의 자율성 등을 제한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게임중독 질병 코드 도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발표한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연간 5조 원 이상의 총생산이 감소한다. 게임산업 전체의 매출은 연 3조 5000억 원까지 줄어들고, 생산감소로 약 3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 게임업계가 타격을 받는 사이 해외 게임 유입이 늘어나 8648억 원에 달하는 국가적 손실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셧다운제 초기에 PC 온라인 게임 매출이 타격을 받은 것처럼 모바일 게임도 비슷할 것”이라며 “사실 셧다운제, 게임중독 질병 코드 도입 등으로 인한 매출 타격보다는 산업에 대한 부정적이고 잘못된 인식이 확대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