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와 합의하면서 미국 내 소송 리스크를 해소하고 실적 회복이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디톡스 빌딩 전경. 사진=연합뉴스
메디톡스는 미국 엘러간(현 애브비), 에볼루스와 전격적으로 3자 간 합의 계약을 통해 합의금 약 380억 원을 받는다. 지난해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총 21개월간 미국 내 나보타 1바이알 당 매출의 일정 금액도 받는다. 미국 이외 지역 매출에 대해서는 메디톡스에만 두 자릿수대로 로열티 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에볼루스는 또 메디톡스에 676만 2652주의 신주를 제공하기로 했다. 메디톡스는 전체 지분 중 16.7% 달하는 신주를 받으며, 에볼루스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1년 추정치만큼 나보타 매출이 발생한다면 6%의 로열티 가정 시 약 500만 달러의 기술료를 수령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에볼루스 2대 주주라는 위치를 활용, 자사 톡신 제품의 미국과 유럽시장으로의 판매를 에볼루스를 통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메디톡스는 현재 무허가 보툴리눔 톡신 원액 사용과 허위 서류 작성,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주요 보톡스 제품인 메디톡신, 이노톡스, 코어톡스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에 불복하며 집행정지와 함께 허가 취소 소송을 제기해 집행정지 인용을 받아냈지만, 본안 소송 절차가 남아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 회복도 주요 과제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미국 소송전과 국내 식약처와의 법적 다툼으로 주춤하는 사이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메디톡스는 국내 보툴리눔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휴젤에 내주고 매출에도 타격을 입었다. 메디톡스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점유율을 되찾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와 합의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되지만 여전히 국내 주요 제품들이 품목허가 취소 위기에 놓였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서울 강남구 메디톡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와 관련해 식약처는 지난 2월 24일 메디톡스의 3개 보툴리눔 톡신 제제 중 코어톡스주에 대해 국가출하승인 결정을 내렸다. 국가출하승인 제도는 보툴리눔 톡신 및 백신 등에 대해 품목허가 이후 판매 이전 단계에서 국가가 한 번 더 품질을 검증하는 절차다. 이로써 메디톡스는 기존 재고 이외 새로 생산한 코어톡스 제품은 판매할 수 있게 돼 재기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메디톡스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인 품목허가 취소가 현실화될 경우 받게 될 타격 역시 회복 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제품 품목 허가가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고 해서 그 기술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높은 기술력이 있기에 충분히 다시 재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TC 결과가 국내 민·형사 재판에 미칠 영향에 주요 관전 포인트다. 선민정 연구원은 “에볼루스사가 메디톡스와 합의를 했다는 것은 결국 ITC의 소송 결과인 지식재산권 침해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메디톡스 역시 “ITC에서 대웅의 유죄를 확정한 증거들이 한국 법원 등에 제출되었기 때문에 국내 민사소송 및 검찰 수사 속도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특허를 중요하게 평가하지만 우리나라는 제약바이오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기술력을 인정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미국과 특허 인정 범위나 개념이 다를 수 있다”며 “ITC 판결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