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까지 K리그 4연패를 달성한 전북 현대는 올시즌 5연패에 도전한다. 전북이 2020시즌 K리그 우승 후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세리머니하는 모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5연패 도전’ 전북 현대의 새 출발
지난 몇 년간 K리그1은 전북 현대 모터스가 독주체제를 굳혀왔다. 전북은 2010년대 단 3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우승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최근 4연패를 달성했다. K리그 역사에서 리그 4연패는 최초 기록이다. 이번 시즌 역시 5연패라는 신기록에 도전한다.
전북은 2021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다. 골키퍼 송범근, 수비수 홍정호 김민혁 이용, 미드필더 김보경 이승기 쿠니모토 등 호화로운 선수단은 여전하다. 여기에 공격진에는 지난 시즌 리그 득점 2위(19골)에 올랐던 일류첸코를 포항에서 데려왔다. 간판스타 이동국이 은퇴했지만 더욱 강한 공격력을 예고하고 있다. 시즌 중에는 국가대표급 자원인 문선민과 권경원도 군복무를 마치고 합류할 예정이다.
예년에 비해 이적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은 없었지만 전북 내 변화의 바람은 크다. 지난 2년간 K리그1 우승컵을 연거푸 들어 올렸던 조세 모라이스 감독과 계약기간을 마치고 작별을 택했다. 후임자는 수석코치직을 역임한 김상식 감독이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2009년 전북으로 이적, 이후 코치생활까지 10년 이상 전북에서 생활한 인물이다. 누구보다 전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지도자이기에 감독 데뷔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한국 축구 레전드로 꼽히는 ‘해버지’ 박지성이 전북에 새롭게 합류한 것도 큰 힘이다. 박지성은 ‘캡틴박’으로 불리며 주장으로 국가대표를 이끌면서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등 한국축구 전성기를 이끌었다. 유소년 육성, 선수단 운영 등 팀의 밑바탕을 그리는 전반적 업무에 비전을 제시하는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았다. 부임 직후 구단 전지 훈련지를 방문해 선수 면담을 진행하고 스카우트 팀을 구성하는 등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전북이 진행했던 백승호 영입전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듭된 준우승에 눈물을 흘렸던 울산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자신감을 찾았다. 울산이 지난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모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1강 전북 저지할 후보는?
그동안 전북 현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울산 현대 축구단이다. 울산은 2시즌 연속 1승 차이로 전북에 밀려 우승컵을 놓치면서 눈물을 훔쳤다.
울산은 준우승을 연거푸 차지했던 김도훈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홍명보 감독을 불러들였다. 홍 감독은 2017년 항저우 그린타운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거쳐 4년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 중국리그 등을 경험했지만 K리그1 지도자는 처음이다. K리그에서는 ‘새내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1부리그에서 ‘최고령 사령탑’에 이름을 올려 흥미를 자아내기도 한다.
울산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줄이기에 나섰다. 다년간 팀에서 활약한 대표급 베테랑 박주호 신진호 윤영선 이근호 등을 정리했다. 국가대표 측면 공격수 이동준을 데려오며 박정인 이상헌 최준 등 유망주 자원을 다수 내줬다. 주포로 활약하던 외국인 공격수 주니오는 분데스리가 출신 힌터제어로 대체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염원하던 우승컵을 노리고 있다.
지난 시즌 동반 부진으로 질타를 받았던 명문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FC 서울은 재도약을 노린다. 이들은 지난 시즌 리그 폐막 이후 나란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수원은 박건하 감독이 처음으로 준비 과정부터 팀과 함께하는 시즌을 맞는다. 그는 지난 시즌 도중 소방수로 나서 팀 순위를 끌어올렸다. 2019시즌 득점왕 타가트를 떠나보낸 자리엔 경남 FC에서 뛰던 제리치를 데려왔다. 제리치는 2018시즌 24골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지만 지난 2년간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제리치의 부활 여부가 이번 시즌 수원 성적의 키를 쥐고 있다.
최종 순위 9위를 기록하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서울은 사령탑에 박진섭 감독을 앉혔다. 박 감독은 지난해 ‘언더도그’ 광주 FC를 이끌고 6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광주에서 자신과 손발을 맞추던 나상호 홍준호 등을 불러들였다. 지난 시즌 포항 스틸러스 선전의 주역인 팔로세비치도 영입했다. 이런 이유로 다수 전문가들은 올 시즌 서울이 상위권에 포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영표 대표이사 부임으로 화제를 모은 강원 FC도 상위권 한 자리를 노릴 수 있는 다크호스로 꼽힌다. 이영표 대표는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다수의 팀이 참가하는 트레이드를 기획하는 등 이적시장의 이슈메이커로 활약했다.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던 최전방 공격수에는 세르비아리그 득점왕 출신 실라지를 영입했다. 대부분 경기를 주도하면서도 골이 터지지 않아 결과를 내지 못하던 강원은 실라지의 활약 여부에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시즌에도 코로나19가 리그 일정과 운영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관중 입장을 제한하고 리그 일정을 치르는 모습.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번 시즌도 코로나19가 변수
올 시즌도 코로나19가 리그 운영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번 시즌 역시 코로나19가 프로축구연맹은 물론 각 구단들이 리그를 운영하는 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지난 시즌 K리그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던 만큼 올 시즌에도 잘못하면 리그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이번 시즌 1, 2부리그 22개 구단은 모두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개막 시점과 경기 수는 예년처럼 돌아왔지만 언제 다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지 모른다. 이미 개막 이전부터 인천 유나이티드는 간판 공격수 무고사가 확진 판정을 받는 악재가 터졌다.
4월과 5월 치르는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도 변수다. 코로나19 탓에 AFC는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을 국가 간 이동 없이 한 국가에 모여서 치르는 방안을 내놨다. K리그 4개 구단이 대회 참가로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어 4월 중순부터 약 40일간 리그를 중단해야 한다.
일부 팀들에는 이 같은 휴식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전에 비해 정보 탐색에 어려움이 있었고 선수들이 입국하는 과정에서 2주 격리기간을 거치기도 했다. 이들에게는 리그 초반 일정을 보낸 이후 돌입하는 이 기간이 조직력을 다지기 위한 시간이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반면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팀들에는 위기일 수 있다. 지는 시즌 상위권에 오른 전북, 울산, 포항, 대구 FC가 중립국으로 떠나야 하며 1개월 이상 해외 생활을 해야 한다. 이들이 대회 참가 이후 귀국해 격리기간을 거치는 점도 변수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