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전력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며 각 구단 스카우트들은 인성을 선수 선발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NC가 1치 지명으로 김유성을 뽑은 직후 NC 구단 SNS에 과거 내동중 시절 후배인 학교 폭력 피해자 어머니의 글이 올라왔다. NC는 자체 조사 끝에 김유성이 내동중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출석정지 5일 조치를 받았고, 2018년 1월 23일에는 창원지방법원이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던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 화해는 성립되지 않았다. 결국 2월 12일 20시간의 심리치료 수강, 40시간의 사회봉사 판결을 받았다.
NC는 처음엔 “김유성이 징계를 모두 소화했고, 반성하고 있다”며 선수를 감쌌다. 그러자 피해자 어머니는 또 다른 글을 올려 김유성과 그의 부모, NC 구단의 대처를 모두 비난했다. 여론이 들끓자 NC도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지명 사흘 만에 “김유성 선수의 2021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을 철회한다. 해당 선수는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을 행사했다. 피해를 입은 학생과 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NC가 지명을 포기하면서 김유성은 자동으로 2차 드래프트 대상자가 됐다. 경남권 최고 투수였던 김유성을 다른 구단이 지명하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9개 구단도 10라운드까지 김유성을 지명하지 않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학교폭력은 최근 사회적으로 가장 큰 지탄을 받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지명에 부담이 따르는 게 당연하다. 김유성 외에 대어급 선수 2명도 비슷한 이유로 끝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둘 다 학교폭력 전력이 공식 확인된 선수라 모든 구단이 외면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스카우트들은 갈수록 선수의 인성을 성적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엄청난 재능을 지니고도 야구 외적인 문제로 실력 발휘를 못한 선수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과거 최고의 하드웨어와 강속구를 갖췄던 A 선수는 어두운 가족사와 폭행 전과 때문에 모든 구단이 지명을 망설였다. 결국 한 팀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 잘 키우면 엄청난 선수가 될 것”이라며 큰맘 먹고 지명했지만 거센 비난 여론에 부딪혀 곧 방출해야 했다. 그 선수는 몇 년 후 실제 범죄자가 돼 신문 사회면에 등장했다.
유명해지는 순간, 과거의 작은 잘못까지 온라인으로 낱낱이 밝혀지는 세상이다. 프로야구 선수가 돼 팬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갖춰야 할 자격은 점점 더 많아진다. 특히 동료 혹은 후배를 향한 폭력은 더 이상 ‘선처’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10개 구단이 결과로 알려줬다. 앞으로는 학폭 선수의 프로 입단 방지 규정이 KBO 규약에 포함돼 제도적 보완 장치도 마련될 전망이다. 폭력을 사용해 누군가의 꿈을 꺾는다면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도 이룰 수 없다는 경고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