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결합 상품 분양이 봇물이다. 사진은 2008년 인천 구월동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 청약 접수 현장. 연합뉴스 |
◇도시형 생활주택-오피스텔
최근 소형 주거시설 분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중소형 건설사들이 주택시장 대안으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을 결합한 대단지 ‘도시형오피스텔’을 앞 다퉈 내놓고 있으며, 주택업자들은 고시원이나 원룸에 욕실과 취사시설을 갖춘 고시텔과 원룸텔 분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 소형 주거시설은 도시형오피스텔과 같은 결합형 상품이 늘어나면서 같은 건물에 같은 형태로 분양되고 있어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 건물 안에 있다고 할지라도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상품 자체가 다른 만큼 투자 목적에 따른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대거 분양하는 도시형오피스텔의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분양가는 물론 인테리어와 구성까지 쌍둥이처럼 꼭 같다. 실제 한미파슨스가 서울 관악구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분양하는 도시형오피스텔인 ‘마에스트로’는 전용률과 분양가에서 소폭 차이가 나고 층만 다를 뿐 내부의 커뮤니티 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등 크게 차이가 없다.
한미파슨스 정익교 본부장은 “각 층별로 구분을 해서 인테리어를 차별화할 뿐”이라면서 “옵션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같은 커뮤니티시설, 같은 건물을 이용하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닮은 외모…다른 적용법
문제는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비슷한 외모와는 달리 상품의 적용 법 자체가 아예 다르다는 것. 도시형생활주택이 주택법을 적용받는 ‘주택’이라면 오피스텔은 건축법을 적용받는 ‘업무시설’이다. 법적으로는 ‘소형 주거용 건물’이라는 것 외에 같은 점이 없는 셈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412가구 규모의 대단지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을 분양하고 있는 동도건설 관계자는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상품명은 다르지만 해당 유닛을 똑같이 풀 옵션으로 꾸며 크게 차이가 없다”면서 “오피스텔은 업무시설, 도시형생활주택은 주택법을 적용받는 만큼 투자자들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업무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택 수로 계산되지 않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은 주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1가구 1주택자가 전용면적 21㎡ 이상의 도시형생활주택을 분양받았다면 1가구 2주택자, 즉 다주택자로 분류된다. 1억 원 미만에 도시형생활주택을 매각할 때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기존의 집을 팔 때 해당 투자자는 양도세 중과세를 적용받는다. 단순히 임대와 집값 프리미엄을 노리고 투자했다가는 기존의 집을 팔 때 엄청난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동도건설 관계자는 “오피스텔로 임대업을 하는 투자자들은 도시형보다는 오피스텔을 여전히 선호한다”면서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데 있어 ‘주택’이라는 점이 투자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오피스텔을 업무용으로 신고했을 때 부가가치세 환급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동도건설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업무용으로 신고할 경우 500만∼1000만 원 가까이 되는 부가가치세 환급을 받을 수 있다”면서 “실제 분양가에서 부가세 환급분을 감안하면 가격이 도시형생활주택보다 더 저렴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시형생활주택은 프리미엄 상승 가치가 아닌 임대수익상품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소액 투자가 가능한 점, 최근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점을 적극 활용해 취득·등록세 면제, 양도세 중과 면제 등 혜택을 보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용 20㎡ 이하 소형 주택 시장에는 고시텔과 원룸텔이 성업 중이다. 지난해 도시형생활주택 활성화를 위해 개별욕실과 화장실이 있는 고시텔에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라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다. 현재 고시텔과 원룸텔을 명확히 구분하는 방법은 없다. 둘을 굳이 구분하자면 원룸텔은 다가구주택을 원룸으로 개조한 것이라는 점 정도다.
분양가 9000만∼1억 5000만 원인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에 비해 고시텔 원룸텔은 전용 10∼20㎡의 면적에 평균 분양가가 4000만∼6000만 원에 불과해 임대수익을 노린 소액투자자들에게 관심이 높다.
고시텔의 월 임대료가 월 50만∼60만 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익성 측면에서는 고시텔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을 크게 앞지른다. 최근 고시텔도 진화하면서 인테리어 등을 현대화하고, 내·외부를 세련되게 꾸민 것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고시텔 등은 이름 있는 건설사가 아닌 영세 주택업자 및 분양업자가 짓는 것이라 수익률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 영세업자들은 분양만 하고 관리는 뒷전인 경우가 많아 사기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도 부지기수다.
또한 건물주 한 명이 고시원을 운영하는 것과는 달리, 고시텔은 각기 다른 주인이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건물 관리가 쉽지 않는 것도 문제다. 건물 노후화가 빨리 찾아와 꾸준한 임대수수료를 올리기도 쉽지 않은 것도 복병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이나 고시텔 등은 세입자의 입주기간이 길지 않은 것도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 구분등기 편법 주의보
고시텔 원룸텔은 나중에 되팔 때도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 개인 소유의 등기(구분등기)가 가능한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과는 달리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는 ‘고시원’과 다가구주택으로 규정된 ‘원룸텔’은 본인 명의로 분양받더라도 지분등기만 가능하다.
개인 소유의 등기가 불가능한 일종의 공동소유 부동산으로 나중에 매매를 할 때 나머지 소유자들의 동의를 모두 받아야 매매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즉 급전이 필요할 때 매매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시텔을 계약할 때는 매매계약서에 특약사항으로 나머지 투자자들의 매도동의에 대한 부분이 명시돼 있는지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한편 최근 고시텔 원룸텔 분양업자를 중심으로 구분등기를 가능케 하는 편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자들이 지분등기를 꺼리자 다가구주택을 원룸으로 개조한 원룸텔을 업무시설로 구분등기를 내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 지역에 고시텔을 분양하는 남 아무개 씨는 “업무시설로 구분등기가 가능하도록 짓는 경우도 있지만 나중에 구청에서 단속에 나오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면서 “단속을 안 하니까 괜찮다고 설득하지만 향후 단속대상이 됐을 때 이행강제금 등 벌금을 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손사래를 쳤다.
남 씨는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분등기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지만 등기설정 등 법적인 조치만 잘 취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편법을 통해 잘못된 집을 사는 것보다는 지분등기를 통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지 파이낸셜뉴스 기자 mjkim@fnnews.com